탄생 50주년 중국 최고 가수 덩리쥔
후배들 리메이크 일상화, 기념 행사 매년 개최
반세기가
지난 후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억할 가수는 누가 있을까? 분명 요즘의 반짝 가수들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는 반세기동안 중국인들의 마음을
설레게하고 잊지못하게 한 가수가 있다. 바로 덩리쥔(등려군)이다. 그녀의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첨밀밀’을 통해 유명해졌다.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녀의 인기는 대단하다. 2003년 올해는 덩리쥔의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에서는 다시금 그녀를 되새기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군가만 불리던 시절 신선한 충격
덩리쥔은 1953년 1월 29일 대만에서 태어났다. 1969년 가수 데뷔를 하고 대만 최초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제가를 부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노래는 단숨에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에서도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외국 문화가 개방되지 않았던 중국에 덩리쥔의 노래가
암암리에 소개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외국의 유행가를 거의 처음 접한 당시 중국 대륙의 젊은이들은 그녀의 노래에 정신적 영향을 받았다.
군가나 사상가만이 불려지던 1970∼80년대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모든 중국인들은 그녀의 노래에 심취했고 그녀는 중국인들의 우상이 되었다. 현재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성친구를 감동시키기 위한
노래로 덩리쥔의 ‘워즈짜이후니(제겐 당신뿐이에요)’가 애창될 정도다.
그녀는 1970년대에 이어 80년대까지 계속해서 신곡을 발표했고, 1983년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1985년에는
데뷔 15주년 기념으로 대만을 시작, 동남아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그녀는 ‘콘서트의 여왕’으로 불리어졌을 정도로 많은 공연을 했다.
그녀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앨범 판매량은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다. 또, 그녀는 당시 중국 대륙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도
유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첨밀밀’로 유명
그녀의 노래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1980년 대 홍콩 영화가 극장가를 꽉 잡고 있던 시절 많은 영화에서 그녀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특히 1990년대 후반 진가신 감독, 리밍(여명), 장만위(장만옥) 주연의 ‘첨밀밀’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첨밀밀’을 통해 덩리쥔의
노래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첨밀밀’에 등장하는 한 쌍의 남녀는 각각 꿈을 안고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건너간다. 둘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이별하게 된다. 그들의 10년간의 애틋한 사랑과 인연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재회함으로써 결국 이뤄진다. 영화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들이 기쁠 때나 힘들 때 함께 한 노래가 바로 덩리쥔의 노래다.
‘첨밀밀’에 삽입된 그녀의 4곡 노래 중 영화 제목과도 같은 ‘첨밀밀’은 인도네시아 민요에 중국어 가사를 붙인 것이다. ‘위에리앙따이뱌오워더씬(月亮代表我的心)’이란
노래도 사용됐는데 이 노래는 홍콩 영화 주제곡 단골이다. 1980년대 후반 이미 주윤발과 오천련 주연의 영화 ‘화기소림’에서도 주제곡으로
사용돼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된 적 있다.
닮은꼴 선발 대회도 있어
중국의 수많은 가수들이 그녀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따라 부를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화교출신 가수 주현미가 자주 그녀의
노래를 불렀고 ‘야래향(예라이샹)’이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발표된 적도 있다. 그녀의 노래를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것이 이제는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늘 결론은 ‘그녀보다 못하다’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 모든 중국 가수들이 제2의 덩리쥔을 꿈꾸고 그녀를
최고 가수로 꼽기 때문이다. 록음악을 구사하는 젊은이들이건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들이건 거의 대부분이 덩리쥔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녀에게 견줄만한 가수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입안에 사탕을 숨기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중국인들에게 그녀의 노래는 사탕처럼 달콤하게 다가와 설레게 하는 것으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그녀를 기념하는 행사도 지속적으로 마련돼 마치 미국인들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아직도 잊지못하고 지금까지 닮은 사람을 뽑고 흉내내기 대회를
열듯 대만에서도 매년 덩리쥔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을 뽑는 행사가 마련된다. 그만큼 그녀는 반세기를 풍미한 가수 중의 한명이고 중국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성룡 뮤직 비디오 합성 촬영하기도
덩리쥔의 대표곡인 ‘짜이지엔워더아이런(再見我的愛人)’에서 덩리쥔의 나레이션은 이렇게 흘러나온다.
“안녕, 내 사랑! 하지만 난 영원히 당신을 잊지 못할 거에요. 당신도 절 잊지 말아줘요. 어쩌면 우리 앞으로 언젠가 다시 만날지도 모르잖아요.
안 그래요?”
20년 전에 덩리쥔이 한 말은 이제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는 전세계 18억 중국인들이 되돌려주는 말이 되었다. 덩리쥔은 1995년 5월 8일,
프랑스 남자친구와 세계 여행중 태국에서 호흡곤란으로 아쉽게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살아 있는 모습은 이제 다시 볼 수 없지만 그녀의 노래는
아직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이미 전설이 되었고 중국인들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유일한 가수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전세계 팬들을 위해 세계적 스타가 된 성룡은
작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그녀와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의 모습이 담긴 뮤직 비디오에 성룡이 마치 듀엣으로 부른 것처럼
재구성한 것이다.
반세기동안 중국인들의 마음에 이토록 오래 자리잡고 있는 가수 덩리쥔. 그녀를 아는 것은 중국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전통적 문화만큼 그들이 오랫동안 사랑하고 있는 음악을 이해하는 것도 중국을 알아가는 열쇠 중 하나가 아닐까?
조동은 (베이징 어언대학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