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석의 행복부자학] 베이비부머의 현실 남의 이야기인가

2014.03.24 13:26:48

“총자산 3억4천만원, 자산의 80%는 부동산이며 금융자산은 5천4백만원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예금과 보험이 80%에 달한다. 은퇴 후에는 자녀와 따로 살기를 희망하고, 자녀의 부양의식 약화로 자력으로 노후생활을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은퇴 후에도 자녀의 결혼 자금에 대한 부담이 있다. 노후 생활 자금으로는 최소 3억6천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총자산으로 최소 노후생활에 필요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사람은 네 명 중의 한명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1.12>

누구의 얘기인가.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
2010년부터 만55세에 이르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이야기이며, 그들이 경제적 일면을 보여주는 여러 수치다. 여러분의 부모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바로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세대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고달픈 세대일 수도 있다. 빈곤의 나락에서 경제적인 근대화와 정치의 민주화라는 동행하기 어려운 두 수레를 어깨에 지고 끌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통사회의 유산을 물려받아 마음에 새기며 성장했고 우리나라 근대화를 위해 밤낮을 피와 땀으로 헌신한 세대다.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 전통사회의 미덕을 잇기 위해 항상 부모와 자식문제를 자신보다 앞에 두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가정과 나라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 놓았고, 이제 그 기나긴 인고의 경제적 삶에서의 은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고진감래! 과연 그들에게 이제 고생은 끝나고, 달콤한 은퇴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가.
경제적인 면만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겠다. 겨우 네 명 중의 한명 만이 최소 은퇴 자금을 확보하고 있고, 이 세대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은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올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들은 10명중 3명만이 부모부양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6명이 그렇다고 대답한 것에 비하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위로 아래로 부양하느라 자신들을 잊고 살았던 우리의 베이비부머 세대로선 말은 하지 않아도 자식들에게 매우 섭섭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들의 자녀 세대인 현재의 30~40대 초반의 미래는, 그들의 은퇴 후는 어떨까? 부모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은 매우 희미해졌지만 자식의 미래에 대한 투자열의는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자본의 축적은 더디고, 높은 주거비로 인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는 기대 난망한 상태다. 더군다나 애석하게도 그 자식들의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은 아마도 더 희박할 것이다.
노후에 대한 문제는 당장 눈앞에 닥친 베이비부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청장년층의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야 할까

베이비부머에 대한 경제 자화상을 보면, 은퇴 후 최소생활자금은 3억6천만원이라고 한다. 월 평균 148만원에 해당하고, 그나마 이것이 확보된 사람이 네 명 중의 한 명 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보유 자산 중 평균 금융자산이 겨우 5천4백만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데, 상가나 일정한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라 거주 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생겼다. 이런 주택연금의 설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보면 향후 주택 가격에 대한 정부, 정확히는 주택금융공사의 예측을 알 수 있다.
2012년 초 주택연금 설계에 있어 주요한 전체 중의 하나가 향후 주택 가격의 장기 예상 상승률을 3%초반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과 경험생명표(몇 년마다 한 번씩 수정되는데 대체로 평균수명과 사망률 등을 조사하여 반영한다)를 주요 근거로 하여 담보된 주택에 대해 얼마의 연금을 지급할지 결정한다. 여하튼 기본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년 재산세 납부 고지서가 전달될 뿐이다. 수중에 있는 현금이라곤 겨우 5천여 만원! 만약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녀가 있어 뒤늦게 결혼이라도 한다면 보유한 현금은 물론이고 집까지 담보로 내놓고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급여라도 일정한 소득이 있었던 은퇴 전과 그렇지 않은 은퇴 후는 매우 다르다. 더군다나 자녀들에게서 일정한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자산은 그저 무수익 자산일 뿐이다.
요점은 바로 그것이다. 은퇴 시점에서의 자산 구성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무조건 자산만 많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의 급여를 대체할 수 있는, 일정한 현금 지급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무수익 자산의 상당 부분을 수익자산으로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에 행복한 부자로 살기위한 투자 전략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것이므로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은 물가 연동이 되는 장점이 있지만 대체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은퇴 후 지급되는 연금은 월 150만원을 넘기 어렵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부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비용이라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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