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킬러문항?…교육부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뭐하고 있나

2023.06.23 09:18:2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이른바 '킬러 문항'을 제외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중등교육계, 대학, 학부모, 수험생들이 대혼란에 빠지며 ‘킬러문항’논란이 정치권까지 강타하고 있다.

 

‘킬러문항’이란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따지기 위해 출제기관이 의도적으로 시험에 포함하는 문제를 가리키는 말로 ‘킬러문항’ 전문학원은 사교육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다.

 

실제 2014년에 문을 연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모 학원은 ‘킬러 문항’ 해결사로 소문이 나면서 대치동 학원가를 평정했다고 한다. 주말에는 전국 수험생 1만 5,000여명이 고속철도를 타고 학원 수업을 들으러 올라올 정도라고 하는데 이 학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2,747억원으로 상장기업인 메가스터디의 매출액 1,216억원의 두배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이러니 지난 3월부터 대통령이 ‘킬러문항’문제를 지적했고 지난 6월 수능모의평가에서도 ‘킬러문항’문제가 출제되자 교육부와 사설교육기관 간의 카르텔까지 언급되었고 교육부장관 사과,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에 이은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사퇴를 하는 등 ‘킬러문항’문제가 대학과 관련된 핫이슈로 등장했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는 지난 20일 비수도권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글로컬대학30 1차사업에 총 19개 대학(15개 대학혁신지원서를 제출대학)을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 발표했다. 글로컬대학은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3조원의 예산으로 5년간 한 학교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1차선정 최종 10개 대학의 발표는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글로컬대학 발표 하루전에는 ‘2024학년도 정부재정지원 가능대학’ 총 283개교(일반대 161개교, 전문대 122개교) 명단을 발표하면서 11개 대학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 발표했다. 기준을 완화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을 7% 정도로 하였다지만 유형에 따른 정부재정을 받기란 하늘에 별따기임을 전국의 400여개 대학(사이버대학 포함)관계자는 다 안다.

 

‘킬러문항’문제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교육부의 한쪽에서는 전 정부부터 계속 해오던 일이라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발표하고 한쪽에서는 새로 들어선 정부의 역점사업이라고 30개교를 선정해 한 학교당 1,000억원지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말도 안되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대상 대학들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글로컬대학은 앞으로 지역의 대표대학이라는 미명아래 날개가 돋친 듯이 발전하겠지만 해당 지역 나머지 사립대·전문대는 말 그대로 고사(枯死)하고 말 것이다.

 

글로컬대학이 발표되던 20일 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대로 대학을 두면 20년 뒤에는 일부 수도권대학만 살아남고 비수도권대학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거의 다 문을 닫아야 하므로 수요자 중심의 대학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구조조정, 벚꽃 피고지는 순서대로 대학 망한다는 얘기는 이미 10년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야기이다.

 

어차피 학령인구가 줄어서 모든 대학을 끌어안고 갈 수 없으니 RISE사업(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 글로컬대학 사업 등으로 살아남을 일부 대학만 집중하자는 교육부 정책은 일견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 발상이다.

 

지방소멸시대에 지역내 대학,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다 망해가고 있는데 가난한 집 장남하나 잘키워서 집안을 일으키자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이끌어가고 있는 교육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부처인가.

 

전국 400여개 대학 중 도저히 안되겠다는 대학, 자기들 스스로 대학을 포기하겠다는 대학들은 정부가 나서서 통폐합을 추진하고, 국회에서도 문을 닫기를 원하는 대학의 퇴로를 열어주는 입법을 다시 서둘러야 한다.

 

지방소멸시대에 지자체, 관내 대학,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이 있다고 몇 번 주장해도 귀 기울이는 이 없어 지쳐서 이제 포기하려한다. 지자체와 지역대학, 관내 중소기업이 산학협력사업으로 신기술개발, 인재양성 등에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대학발전모델을 찾아낼 수 있다. 잘 찾아보면 답이 있다.

 

살아나고자 힘쓰는 대학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마중물 사업에 한 대학당 10억~20억씩만 지원해도 가능한 사업들이 있다. 200개 대학 대상 연간 예산 1조원이면 충분한 사업들이 있다. 대학정책 관계자, 교육부 공무원들 제발 연구 좀 하시고 공부 좀 하시기를....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전 서울신문 대학발전연구소 소장  

전 배재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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