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공동망 인터뷰】 박민용 전 협성대총장, 고사 직전 대학을 살려야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산다

2023.02.23 10:14:47

올해 180여 개 대학 정원미달 추가모집 나서
등록금 인상, 정부지원만으로는 한계…자구책 마련해야
산학협력강화…지역 내 기업 대학 지원가능토록 해야
숨은 동문 찾아내 모교, 후배 사랑 기금 모아 대학지원
대학살리기에 정부, 대기업 동참유도…인재양성 지름길

[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업강화로 인한 입학정원의 대량 미달사태, 15년째 이어져 오는 등록금 동결, 대학기부금 반토막 등으로 대학은 최악의 상황이다. 전국 180여 개 대학이 올해 대학입시에서 정원이 미달되어 신입생 추가모집에 나서는 등 ‘벚꽃 피고지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벚꽃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정시입시에서 서울 주요대 반도체 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대다수가 등록을 포기하는 등 정부의 대학, 지역대학 살리기 정책도 겉돌고 있어 대학이 자구노력을 통해 재정자립일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전현직 대학총장들이 모여 협의회를 만들어 대학살리기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을 살려 지방경제도 살리고 국가 경쟁력도 키워나가야 한다고 전현직대학총장 협의회를 만든 박민용 전 협성대 총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본다.

 

 

 

대학발전기금공동망 총장협의회를 만드셨다는데

그 협의회의 취지는 무엇이며 언제 만들었습니까?

 

대학등록금이 15년째 동결되어 대부분의 대학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로정부만 바라보고 있지만 정부지원도 한계가 있습니다. 등록금인상을 통해 재정확충을 꾀하려고 해도 정부는 등록금 동결원칙만 내세우고 있어 대학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현직 총장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대학발전기금을 모아서 대학 재정자립화에 노력하자는 취지로 SOS(Sve Our School) 공동망 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모였습니다.

 

 

 

대학발전기금 조성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입니까?

 

우선 각 대학들 동문들 중에 기업을 경영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문들을 찾아 그들이 모교사랑, 후배사랑하는 마음으로 출신대학에 발전기금을 내도록 하여 장학금 수여, 교육인프라 개선 등 학생들을 위한 대학재정 투입에 지원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이나 단체 등으로부터 발전기금을 조성하여 대학에 지원하는 두가지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거의 모든 대학을 보면 동문기업 파악도 안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전담 인력배치도 쉽지 않고 프로모션을 위한 예산도 없는 상태이다 보니 총장에게 의존하거나 천수답 기부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인데 어떻게 동문들의 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나요?

 

.저도 대학총장을 해보니 동문으로부터 발전기금을 모으는 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동문명부발행도 쉽지가 않아 기부 가능성이 있는 동문을 찾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빅데이터와 I를 활용한 발전기금업무의 정보화와 시스템 구축을 통해 동문찾기 및 관리 업무역량을 강화하면 동문 발전기금 조성 업무 활성화를 할 수 있습니다.

 

SOS 공동망 사무국에서는 정확한 동문 데이터를 확보하고 네트워크 유대강화, 서포터즈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CS(Consulting & Support)를 지원합니다. 이미 CS를 활용하여 상당액의 동문 발전기금을 모은 사례가 있습니다. 교명을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H대 와 K대 등 여러 대학의 경우 우리 총장협의회가 준용하려는 CS정보화시스템을 통해 동문기업들을 찾아내 발전기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문이라고 무작정 기부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네트워크 유대강화로 신뢰관계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동문의 동정, 경조사만 잘 챙겨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창립기념일에 총장 등 학교명의의 축하가 전달된다면 동문기업들의 애교심이나 후배사랑의 마음이 생겨나고 상호 유대관계가 형성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동문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의 경우, 특히 지역의 군소대학의 경우는 동문들을 통한 발전기금 조성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밀착화에 중점을 두어서 지역기업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면 발전기금 조성에 큰 힘이 될 수 있는데 이 또한 CS정보화시스템을 활용하면 지역내 기업현황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동문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밀착화를 통한 발전기금 조성은 발상의 전환인데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대학 살리기’와 일맥상통해 보입니다.

지역밀착화 전략은 어떻게 추진하면 됩니까?

 

통상 산학협력단 협력사는 지역기업이 대상입니다만 R&D과제 위주로만 진행이 되기 때문에 산학협력기업간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전문분야를 잘 연결해주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총장협의회에서 추진하는 SOS사업에서는 대학소재지역의 기업 CEO를 위한 BIZ, 전문분야 공유, PR을 쉽게 할 수 있는 Power Connection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CEO간 실질적인 연결이 가능한 Power Connection 프로그램을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대학이 동문과 지역기업을 지원하는 포지션을 확보하면 자발적으로 매년 100만원 기부하는 CEO확보는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3년만 열심히 하면 1,000명은 모을 수 있습니다. 대학과 지역의 상호 윈윈관계가 형성될 수가 있습니다.

 

대학의 분야별 교수들이 기업에 필요한 컨설팅도 지원해주는 등 다양한 교류로 산학협력도 활성화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 기업과 대학과의 상호 교류가 지역대학 살리기로 연결되리라 봅니다.

 

 

 

그 다음으로 외부에서 발전기금을 조달하는 방안은 두가지라고 하셨는데

첫번째는 동문으로부터 카드포인트를 기부받는 것이고

두번째는 대기업 기부금의 3%를 대학발전기금으로 유치하겠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카드포인트 기부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1년에 약 5,000억원정도의 카드포인트가 생성되고 있으며 5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됩니다. 젊은 층은 카드포인트를 알뜰히 사용하고 있지만 대체로 30대 후반부터는 카드포인트 사용에 무관심해집니다. 본인의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카드포인트라면 적절한 기부동기만 부여하면 된다고 봅니다.

 

 

현재도 카드포인트 기부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입니다. 그러나 카드회사 사이트에서 카드포인트를 기부하려고 하면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합니다. 현재 대학에 기부 가능한 카드사도 없습니다. 그래서 SOS 공동망으로 모든 카드사와 대학을 연결하여 한번에 모든 카드사의 포인트를 조회하고 기부를 원하는 대학이나 지역, 분야별로 한번만 신청하면 매 분기별로 카드포인트 잔액이 자동으로 기부되는 통합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거래은행을 통하여 동문이 기부에 참여시 지원하도록 요청만 하면 매 분기별로 카드포인트 기부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2021년 홈텍스 통계를 보면 교육프로그램 기부에 참여한 개인이 약550만명입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은 8백만명을 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교육에 기부를 하고 있으므로 쉽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만 구축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리라 생각합니다.

 

 

기부에 참여하는 동문들은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2011년도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동문명부 발행이 어려워졌습니다. 대학도 동문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동문들 간에도 협업, 구인구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학별 동문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본인의 비즈니스, 전문분야를 알리고 싶은 사람은 공개 등록을 하고 분야별, 지역별 필요한 동문을 찾고 싶으면 검색해서 연결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900만기업 메타정보를 등록하여 사용자 중심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동문의 전문분야와 기업정보가 결합되어 다양한 검색과 연결이 가능한, 대학이 동문을 지원하는 LUMNI, CEO, Expert가 결합된 CE서비스가 실행이 되는 겁니다.

 

 

ACE서비스는 동문 누구나가 다 대상이 됩니까?

 

그럼요, 제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외국인 유학생입니다. 현재 16만명의 외국인이 국내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년 4만명이 입학하고 4만명이 졸업해서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이 외국인 유학생은 모교에 애정이 많을 겁니다. 이런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에 대학동문전문가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학별 글로벌 동문전문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동문 간에 글로벌 협력이 가능하게 됩니다. 대학은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동문정보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동문에게 제공된다면 카드포인트 기부는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대기업(그룹)으로부터의 기부를 말씀하셨는데 대기업이 선뜻 대학에 기부할까요?

워낙 기부해달라는 단체가 많아서 기업들도 상당히 소극적이지 않을까요?

 

제가 연세대 교수시절에는 대기업 CEO와 미팅이 가능했습니다만 총장이 되고 나니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기업입장에서도 특정 대학에 기부하게 되면 다른 대학에서도 요청이 들어오니 개별 대학에 기부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대학 살리기의 중요성과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사회전체와 기업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총장 한두 명이 나선다고 기업을 움직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50개교 이상의 대학총장이 합심하여 대학 살리기의 중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의 이슈화를 시켜야 합니다. 실제로 대학교육의 질 저하는 곧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을 강조해야죠. 그 동안 대학의 희생으로 기업이 좋은 인재를 활용했으니 기업도 대학을 살려야지 곧 기업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을 대학총장들이 모여서 전달하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금융감독원의 DRT자료를 보면 2021년도에 외감법인 이상 3만여 기업의 전체 기부금이 3조4천억원입니다. 기부에 참여한 2% 기업이 기부한 금액이 3조입니다. 국세청의 홈텍스통계를 보면 기부금의 대다수가 사회복지분야 및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기업 기부금 예산 3조 중 3%를 대학 살리기에 지원하도록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기존 예산범위 내에서 조금만 조정하여 대학을 지원하는데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것입니다.

 

 

대기업(그룹)이 특정대학에 기부를 부담스러워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기부를 받을 수 있을까요?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100만 디지털인재양성과 지방대학 살리기가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기업관련 분야의 인재양성과 지역별로 기부를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물류인재양성에 기부를 하게 되면 물류관련학과를 운영하는 대학들에게 지원이 가능하며, 전남지역대학에 기부하면 해당 지역의 대학들에게 골고루 배분을 하면 됩니다. 대기업은 한번 기부로 여러 대학을 지원하면서 대기업 해당분야의 인재양성을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기부방식과 기부창구(기부금 수령 주체)는 SOS 공동망을 사단법인화 하거나 합법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채널을 구상 중입니다. 기부금 전액을 대학에 지원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기부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SOS 공동망 사업에 참여대학은 어떻게 됩니까?

 

지난 12월부터 대학을 접촉하다 보니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두 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10개교가 참여를 확정했고 50여 개 대학과 실무협의를 진행 중인데 상반기 중으로 50개교는 무난히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은 동문기업 찾기에 소요되는 실비이고 재정자립화 자구노력을 추진하는 대학에게 대기업 기부금과 카드포인트 기부금 배분이 가능하니 반응이 좋습니다. 50개교 대학이 참여하게 되면 그 힘으로 대기업기부금 유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공동망은 대학전체를 위한 일인 만큼 저 외에도 박진배 전주대 총장, 조동성 전 인천대 총장, 박성태 전 대학신문 사장 등이 공동회장으로써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학총장을 퇴임하시고도 대학을 위해서 봉사하시고자 하는데 SOS 공동망사업이 성과가 있어 대학살리기, 특히 지역대학 살리기에 마중물이 되고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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