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칼럼] 지방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

2020.06.04 17:30:00

코로나19 발 경제 위기를 이유로 정부는 기존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전면 전환했다. 리쇼어링 정책이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엔 지방으로의 이전을 우대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국내 유턴기업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고, 지방 이전 시에만 주던 보조금을 수도권에도 지급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수도권 중심주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방의 볼멘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국회 연설에서 수도권의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추가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이번 총선 바로 직전 그의 말에도 이어졌다. 그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공공기관을 이전해서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당이 책임지고 나서겠다”고 재차 확약했다. 그랬던 그는 최근 말을 바꿨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임기 내엔 안 된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은 결국 선거전략용 구호였는가?’라는 지방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 규제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중앙-지방간 심각한 불균형 극복과 지방분권의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선포식에서의 선언이 무색하게 정부의 지방정책은 전혀 반대로 가고 있다. 

 

서울·경기·인천을 합한 수도권 면적은 1만 1861㎢로 전국토의 11.8%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이곳엔 대기업 본사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86곳이 들어서 있다.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형적인 상태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유입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도 1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에 순유입된 인구는 5만 5648명이라고 한다. 올해가 수도권 유입인구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권은 수도권 집중을 위해 한 술 더 뜬다. 하반기에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더 세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로만 지방분권의 표어는 역대 가장 무능했다는 20대 국회의 활동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다룬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21대 국회로 책임을 넘겨버렸고, 지방분권 관련 주요 법률안들은 제대로 논의 조차 하지 못한 채 폐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행정안전부와 자치분권위원회는 올해 초 <2019년 자치분권 시행계획 이행상황 평가보고회>를 열고 33개의 주요 자치분권 아젠다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국세-지방세 구조조정 등 우수 12개, 중앙-자치단체 간 사무 재배분,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중심으로 보통 20개, 자치단체 형태 다양화 등 미흡 1개라는 결과이다. 과연 미흡 1개가 호성적일까? 자화자찬은 아닐까?

 

지역분권이 강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돈이 중요하다. 1단계 재정 분권으로 지방소비세율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국세 대비 지방세의 비율은 2016년 76.3% 대 23.7%에서 2019년 78.3% 대 21.7%로 오히려 지방세 비율은 감소했다. 이 격차는 줄어들어야 한다. 최소 70% 대 30%, 아니 그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는 방안을 구현해야 제대로 된 지역분권을 위한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 400건의 행정사무가 지역으로 이양되었다. 의미가 있는 일일 수 있으나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멀었다. 실질적인 사무 이양을 위해선 돈, 조직, 사람이 제대로 이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식적으론 넘어갔을지라도 법과 시행령을 통해 중앙권력이 지방을 행정통제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하다. 

 

말의 성찬이 되어선 안 된다. 중앙과 지방이 동등한 입장에서 국가혁신이든 성장이든 균형감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말과는 다른 역주행이 눈에 보인다. 국가 발전은 중앙만 힘이 세지고 수도권만 강해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이 강해져야 대한민국이 강해지는 것이다.

 

 

강영환 bridge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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