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미스터트롯·보이스퀸 같은 공감정치 보고 싶다

2020.01.15 16:37:14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최근 매주 목요일 밤 두 종편방송에서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가요경연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일 밤 방송된 TV 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의 분당 최고 시청률은 19.5%, 전체 시청률은 무려 17.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방영한 MBN'당신이 바로 보이스퀸'(이하 보이스퀸) 역시 9%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종편채널에서 방영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청률이다.

 

미스터트롯은 현역 가수 뿐 아니라 직장인, 청소년까지 트롯에 자신 있는 남성들이 참가했다.

 

비행청소년에서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이도 있었고, 건강 악화와 어려운 가정상황 때문에 노래의 꿈을 포기한 이도 있었다.

 

늦은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늦깎이 가수 지망생들이 역경을 극복하고 가수의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보이스퀸은 가정주부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이다. 가족의 암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이, 한 부모 가정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도 있었다.

 

60세가 훌쩍 넘은 고령의 주부도 과감히 도전했다. 애절한 사연들을 헤치고 멋지게 노래하는 이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웃으며 프로그램에 환호를 보낸다.

 

두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바로 공감이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고군분투를 통해 시청자들 자신들의 삶 자체와 공감을 느낀다.

 

단지 시청자들의 사연뿐 아니라 공정한 심사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2019년 한 해 가장 뜨거운 핵심 키워드는 공정이었다. 알다시피 공정과 평등은 다른 개념이다.

 

공정이란 일반적으로 반칙이 없는 과정을 말하고 평등이란 차별이 없는 기회균등을 말한다. 경연프로그램에 누구나 참가할 기회는 있지만 높은 순위에 랭크되는 것은 공정한 심사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가졌음에도 순간의 실수, 막강한 상대를 만나 탈락하는 참가자들이 다수 있었다.

 

이는 심사가 공정했고 나름 시청자들도 심사결과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Mnet에서 진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문자 투표조작을 통해 순위를 조작해 담당 PD들이 구속당해 재판까지 받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과정에 대한 당연한 응징이다.

 

공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치얘기로 토픽을 전환해 보자.

 

지난해 429일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유치원 3법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은 장장 259일 만인 지난 13일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모두 끝내고 막을 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축하 만찬을 진행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끝낸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으나 당일 축하만찬까지 한 것은 과유불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통합을 목표로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등과 보수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국민통합연대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첫 회의가 14일 열렸는데 이견을 노정해 진정한 보수 통합을 바라는 이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협치는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이고 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 대해서는 다 공감하고 있다""정부의 전체 국정 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치를 말하면서 '공감'이란 단어를 세 번이나 사용한 것은 정치를 하려면 무엇보다 공감을 얻어야 가능함을 강조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인 요즘 소통과 공감, 나아가 고객 감동은 정치, 경제, 사회 어디에서나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능력이 없는 지도자, 공감능력이 없는 정치인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는 독불장군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 모두 시간을 내어서라도 미스터트롯, 보이스 퀸을 시청할 것을 권한다.

 

그들 프로그램이 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는지 진정으로 느끼고 배워 국민에게 공감받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국정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부·사법부 책임자들에게도 똑같이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을 권한다.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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