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3일 전격 탈당하면서 더민주의 분당이 현실화 됐다. 당내 비주류의 핵심이면서 당 대표를 지내기도 한 인사의 탈당은 향후 주요 인사들의 추가 이탈을 유발하는 등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당을 떠난다.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9번째 탈당이다. 앞서 문병호·황주홍·유성엽·김동철·임내현·최재천·권은희 의원이 앞서 당을 떠났다. 천정배·박주선 의원까지 포함하면 11명째 탈당이기도 하다.
이로써 더민주의 현역 의원은 기존 119명에서 118명으로 줄었다. 한 때 129석까지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0% 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날 비주류의 좌장 역할을 맡아온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사실상 분당이 시작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미 김한길계로 불리는 최재천·권은희 의원이 탈당했다. 주승용 의원도 오는 13일께 탈당이 예견된 상태다. 주 의원의 경우 12일 의정보고 이후 입장발표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당내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노웅래·정성호·김관영 의원 등 10여명에 달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을 선도적으로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을 결성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20여명의 현역 의원의 연쇄탈당을 이끌었다.
이 같은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 탈당이후 조짐을 보여온 더민주 분당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해왔다. 당내에서는 호남중심으로 일었던 탈당 바람이 수도권까지 북상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번에는 곧바로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것 보다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며 야권통합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떠난 김한길, 安신당합류에 ‘무게감’
김 전 대표 본인은 향후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회견문 곳곳에서 안철수 의원을 언급하는 등 신당 합류에 관한 짙은 암시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4년 3월 저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통합을 이뤄냈다. 안 의원이 추구하는 '변화'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통합을 의논할 당시, 안 의원은 민주당의 패권세력에게 자신의 꿈이 좌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게 사실"이라며 "공동대표로서 함께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약속드렸지만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안 의원을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안 의원을 여의도로 이끌었던 정치적 공동운명체임을 강조, 향후에도 함께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이 외에도 김 전 대표는 '창조적 파괴', '양당중심 정치 관계 타파' 등을 강조했다. 이는 모두 안 의원이 주장해오던 것들이다. 김 전 대표와 안 의원의 지향점이 사실상 같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안철수 신당 합류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논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우선 그는 제3지대에 머물며 안철수 신당을 비롯한 야권통합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을 선도적으로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을 결성하는 등 신당을 꾸려본 경험이 있다. 계파를 갖고 있는 김 전 대표의 합류는 창당을 앞둔 안 의원의 세력 확산에 힘을 받을 수 있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최재천·주승용·권은희·노웅래 등 10여명에 달한다. 최 의원과 권 의원은 앞서 탈당했고, 주 의원은 13일께 탈당이 에견 돼 있다. 안 의원 측은 이중 최 의원과 교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은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반가움을 표현하는 한편, 동시에 신중한 모습을 기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탈당한 만큼 올바른 야당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당의 지도체제에 대한 구상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김 전 대표의 합류 언급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칫 지난 공동대표 시절과 다를 바 없다는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본인의 방향성과 가치가 신당에 부합해야 함께할 수 있다"면서도 "(김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차차 이야기 나누면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