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보다 위험한 美 극우세력…'테러 이중 잣대 버려야'

2015.12.11 16:11:21

극우세력 테러, 지하디스트의 두 배…이슬람 아닌 급진주의가 위협적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001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9.11 사태 이후로 미국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저지른 테러공격보다 극우세력과 백인우월주의자가 자행한 테러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미국 워싱턴 소재 독립연구기관인 뉴아메리카에 따르면 9.11사태 이후 지난 4일까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총기난사에서 사살된 14명을 포함해 총 45명이 지하디스트의 테러에 목숨을 잃은 한편 같은 기간 극우세력의 테러공격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총 48명이다.

테러 발생 건수로만 본다면 극우단체가 저지른 테러공격(18건)은 지하디스트 테러공격(9건)의 두 배에 달한다.

메릴랜드대학이 운영하는 국제테러데이터베이스가 발표한 지난 6월 기준 자료도 9.11사태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극우세력의 정치적 폭력은 총 65건으로 지하디스트(24건)의 두 배가 넘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같은 통계자료는 프랑스 파리 테러공격과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이후로 반 이슬람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에서 특정 공화당 후보 등의 주도로 테러를 무슬림과 엮으려고 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실관계와 동떨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국의 사법당국은 급진 무슬림보다 반정부적인 극우세력을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듀크대학교 트라이앵글 대테러국토안보센터가 지난 6월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382개 법집행기관 중 74%가 반정부 극단주의자를 3대 테러 위협으로 꼽았고, 39%가 알카에다 등 이슬람 단체와 연결된 테러로 답했다. 미 법집행기관 중 33%가 환경운동가를 3대 테러 위협으로 꼽아 이슬람 관련 테러와 비슷 한 수준의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까지 미 국무부 대테러업무를 맡았던 대니얼 벤저민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미국에서 너무 친숙한 총기난사 학살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사회적 문제는 정의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보다 지하디스트보다 두 배 이상 테러를 일으킨 극우세력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무고한 무슬림들이 지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편집자인 미켈란젤로 시뇨릴레는 "미국 시민들이 언론과 정치인들의 선동에 이끌려 모든 극단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무슬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테러와 급진주의(Radicalism)를 자동으로 무슬림과 연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테러에 대한 이중 잣대는 충격적"이라며 "실제로 이슬람과 무관한 급진주의자가 더 위험하고 흔하지만, 모ㅇ든 무슬림이 언제든지 '급진화'로 테러범이 될 수 있는 사회적 우려는 사실관계가 전혀 없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지난 6일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이후 "(테러와의 싸움을) 미국과 이슬람과의 전쟁으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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