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인기 공격 희생 90% 가까이가 무고한 희생자…'더 인터셉트' 폭로 드론 보고서

2015.10.16 14:24:23

확신할 수 없는 신호정보(SIGINT)에만 의존 무리한 공격 강행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의 무인기 표적 살해 프로그램에 대해 폭로, '제2의 스노우든 사태'로 번질 가능성과 관련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더 인터셉트'의 '드론 보고서'(The Drone papers)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인기 공격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90% 가까이가 당초 목표로 했던 사람이 아니라고 밝혔다.

'드론 보고서'는 2012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계속된 '헤이메이커'(Haymaker) 작전으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희생됐는데 이 가운데 당초 미군이 목표로 했던 사람은 35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특히 헤이메이커 작전 중 5달 동안에는 희생자의 90%가 당초 목표로 했더 사람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숨진 '애꿎은' 희생자였다고 보고서는 폭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이들 애꿎은 희생자들을 '작전 중 살해한 적대세력'(EKIA)으로 분류해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한 채 성과를 과장했다. 미군은 목표했던 극소수의 테러 용의자 사망에 대해서는 "잭팟(대성공)을 터트렸다"고 표기하고 대다수의 무고한 희생자 발생에 대해서는 그들이 테러범이 아니라는 확고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EKIA로 표기했다.

이는 무고한 희생자 발생을 시인할 경우 미군의 무인기 표적 살해 공격이 "빈약한"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된 것을 드러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또 숨진 사람들을 EKIA로 분류하는 것이 무고한 희생자를 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포장에 매달렸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드론 보고서는 또 미군의 무인기 표적 살해 프로그램 자체가 신뢰할 수 있는 인적 정보(HUMINT)가 부족한 상황에서 빈약하고 제한적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신호 정보(SIGINT)에만 의존해 이뤄져 애초부터 많은 단점과 오류를 안고 시작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헤아릴 수 없는 민간인 희생을 부른데다 테러 용의자를 생포하려는 노력 대신 이들을 살해하는 데에 더 집중하게 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이 무인기 표적살해 프로그램에 쏟아부은 막대한 자원은 결국 미국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더 인터셉트'에 이 같은 미군의 무인기 공격 프로그램과 관련한 비밀 문서들을 전달한 익명의 내부 고발자는 "전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감시 대상에 올리고 그들에게 전혀 통지조차 않은 채 죽음을 선고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행동이 미국의 도덕적 단결을 가져오고 나아가 이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과 인도주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며 미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비밀 문서들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미군의 무인기 공격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인하면서 "미국은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민에게 위협이 되는 테러범들만을 공격하는 것이다. 공격이 이뤄지기 전 어떤 민간인도 이런 공격으로 죽거나 부상당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미국이 추구하는 최고의 기준이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드론 보고서의 폭로는 이러한 오바마의 약속이 헛된 것이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민권 단체들은 이 같은 '더 인터셉트'의 폭로에 국가 안보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 결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미 정부를 상대로 무인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히나 샴시 국장은 "이번 폭로는 미국의 무인기 표적 살해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합법적인 목표만을 공격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미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국제사면위 미국 지부의 노린 샤는 "드론 보고서는 미국이 무고한 희생자 발생을 정당화하기 위해 희생자를 전투세력으로 둔갑시킨 것을 포함해 조직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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