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핀테크기업인 페이팔(Paypal)은 2002년 2월 15일 상장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8억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02년 7월 8일 이베이는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베이에 회사가 매각된 후 페이팔을 떠난 220명은 소위 말하는 ‘유니콘’기업 일곱 곳을 설립했다.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CEO인 피터 틸은 5,500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파운더스펀드를 설립하여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 CIA와 FBI를 고객사로 둔 빅데이터분석 기업 팰런티아의 공동창업, 오픈 AI의 공동창업, 리드 호프만의 링크드인 투자,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스페이스X의 투자로 이어졌다.
친구를 소중히 ‘페이팔 마피아’의 탄생
숱하게 많은 기술 기업 중 페이팔이 중요한 롤 모델로 성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큰 성공을 거둔 투자가의 투자 철학은 때로는 지나치리만큼 단순하다. 워렌 버핏의 여러 명언 들 중에 ‘능력 범위’ 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이 있다. 투자는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하라는 의미인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틸의 능력 범위는 ‘스탠퍼드에서 반경 5마일 (약 8Km)이내’였다. 스탠퍼드에서 기업가 기초를 닦았고 호프만 등 틸의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비즈니스 파트너와 스승을 만난 곳도 스탠퍼드였기 때문이다.
2학년이 끝나갈 무렵 틸은 보수 성향의 학생 신문인 <스탠퍼드 리뷰>를 창간하였는데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창구뿐만 아니라 충실한 동지를 끌어모으는 장으로서 스타트업 벤처의 역할 및 훗날 함께 일한 사람을 테스트하고 교육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 곳이기도 하다. <스탠퍼드 리뷰>에서 진가를 발휘할 사람이라면 더 큰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틸의 생각이었다. 그 주요 멤버들인 편집자 리 하워리는 페이팔, 파운더스펀드의 공동창업자, 편집장 데이비드 색스는 기업용 SNS 아미의 공동창업자, 편집자 키스 라보이스는 미국 부동산 중개 서비스 오픈 도어의 공동창업자, 코슬라벤처스의 파트너, 편집장 조 론스테일은 팰런티어의 공동창업자이다. 이들의 기업가치는 각각 10억 달러가 넘는다.
틸이 로펌에서 함께 일했던 변호사들은 한 사람씩 따지면 매우 인상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서로의 관계는 튼튼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속되는 관계가 남지 않는다면 결코 시간을 잘 투자한 것이 아니다. 순전히 금전적으로만 따져도 말이다. 틸은 사람들의 관계가 튼튼해지면 커리어 형성에도 더욱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일을 같이한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중 하나인 루크 노섹은 페이팔보다 앞서 창업동호회에서 만난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회사를 차렸는데 라스배거스의 슬롯머신 앞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정이었다. ‘어쩌면’ 잭팟을 터뜨릴 수도 있겠지만 오래도록 지속되기는 힘든 관계였다.
루크로서는 처음으로 세운 회사였고 틸에게도 그 회사가 첫 투자처 중 하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틸은 그 이후 스타트업에 투자를 고려할 때 공동창업자들이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협업하는지를 주시한다. 창업자들은 회사를 세우기전에 서로 역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업은 주사위 던지기와 마찬가지다.
피터 필은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벨리에서 위대한 기술의 선구자이자 탁월한 지성과 비전을 겸비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었다. 틸은 처음부터 단단한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회사의 성공보다는 우정을 중시하는 회사를 만들 작정이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우정으로 맺어진 직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우리’라는 사람을 신나게 생각하고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채용만큼은 절대로 아웃소싱하지 않고 틸이 스탠퍼드 출신 중에서 직접 뽑았으며 이런 유대로 맺어진 페이팔 창업자들은 하나의 부족원이 되어 회사의 미션을 위해 맹렬히 헌신할 수 있어야 했다. MBA 과정을 갓 마친 지원자는 페이팔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부족하여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채용 면접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스타트업은 ‘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이 회사 사람들은 내가 정말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일까? 탁월한 사람은 다른 탁월한 사람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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