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대한항공은 다음 달 개막하는 2015~2016시즌 V-리그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직전 시즌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한 팀이 '우승 0순위'로 분류되는 것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상 현상의 중심에는 돌아온 '야전 사령관' 한선수(30)가 있다. 2013~2014시즌 개막 직후 군에 입대한 한선수는 2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 훈련장에서 만난 한선수는 "정상 몸 상태의 70%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 운동을 할 때마다 좋아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전역 직전 오른 어깨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개막전 출격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선수는 2013~2014시즌 개막전을 치른 뒤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오랜만에 팀에 돌아왔지만 어색함은 없다. 한선수는 "(김)학민이형이나 (신)영수형, (곽)승석이 모두 예전부터 함께 했던 선수들이다. 그래서인지 호흡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 간 대한항공은 세터 부재로 애를 먹었다. 2013~2014시즌에는 어렵사리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군 생활 초반에는 거의 경기를 안 봤다. 전역을 앞둔 시점부터 보기 시작했다"는 한선수는 "팀은 좋은데 뭔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내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전했다.
지난 봄 대대적인 변화가 점쳐졌던 대한항공은 예상을 깨고 현상 유지를 택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김종민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고 허리가 좋지 않은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를 잔류시켰다.
'한선수만 돌아오면 분명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감독은 "한선수가 돌아오면서 이제야 내가 원하는 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부임 세 번째 시즌에서야 주전 세터 한선수과 처음으로 함께 한다.
한선수 역시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를 잘 알고 있다. 특히 그는 산체스의 호흡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산체스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2013~2014시즌 개막전은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선수는 "딱 한 경기를 함께 뛰었을 뿐이지만 산체스가 정말 좋은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높이가 있고 테크닉도 뛰어난 선수다. 산체스와 한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선수는 올해 형들을 제치고 주장의 중책을 맡았다. 자신의 건재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역대 최고의 전력이라고 평가받는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 우승을 이끌어야하는 임무까지 주어진 셈이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 우리 팀에 유부남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다수가 유부남이다. 평균 연령이 31~32살"이라면서 "원래도 나는 코트에서는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는 편이었다. 형들도 이런 나를 잘 이해해줬다. 다 친구 같은 분위기여서 괜찮을 것 같다"고 웃었다.
목표는 대한항공 창단 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타이틀을 가져가는 것. 한선수는 올해가 숙원을 풀 적기로 보고 있다.
"선수들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웃은 한선수는 "앞으로 2년 동안은 확실히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2년 안에는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 물론 올해도 가능하다"며 현재의 전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대한항공에는 한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얻고 싶다. 대한항공을 빛내고, 대한항공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이제 선수단의 나이도 많아지니 정말 빨리 우승을 해야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