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팔꿈치나 어깨 중 한 곳이 고장나지 않았을까요. 하늘의 뜻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경은(31·두산 베어스)의 2015시즌은 시작부터 불운했다. 부동의 마무리 후보로 꼽혔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안면에 타구를 맞는 부상을 당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4월 말에야 복귀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팀의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게 됐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마무리투수라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고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가 이어졌다.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지난 6월, 그는 모친상을 당했다.
열흘 만에 1군에 돌아왔지만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없었고 하루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한달 간 담금질을 했고 8월이 돼서야 복귀할 수 있었다.
안 좋은 일들이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1일 잠실구장에서 그는 "올 시즌 아쉬운 것이 많았지만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팔꿈치나 어깨 중 한 군데가 고장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3년간 총 436이닝을 던졌다.
아직은 맞지 않는 마무리투수라는 옷을 벗어버린 노경은은 최근 추격조의 첫번째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는 "뒤에 오현택과 함덕주, 진야곱 등 많은 투수들이 있으니 부담을 떨치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3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노경은은 선발 이현호가 4⅔이닝 3실점으로 고전하자 마운드를 이어받아 3⅓이닝을 1점만 내주며 굳게 지켰고 역전승을 위한 다리를 놓았다.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1-3으로 끌려가던 5회 1사에 올라와 1이닝을 막고 팀은 승리했다.
본인은 '패전처리용'이라고 자기비하(?)를 했지만 영양가 만점 활약이었다.
그는 "우리팀은 역전승이 많다. 제 할 일만 하면 알아서 팀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의 주문대로 자신있게 시원하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승리나 짜릿한 세이브는 없는, 주목받지 못하는 추격조 안에서도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노경은은 "거둘 수 있는 성적은 없지만 경기가 뒤짚어져 승리하면 팀 분위기가 좋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한 경기라도 더 등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주 나가는 것이 좋다. 몸이 지쳐야 밸런스가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