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남북이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국방부는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비상대기 상태를 풀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전형적인 화전양면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냉온탕을 오가는 방식으로 그동안 남북관계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혹시라도 모를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방부는 특히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라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군은 한미 연합 정보자산을 이용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도발에 대비한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는 이전처럼 그대로 유지되고 변화되는 것은 없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한민구 장관과 최윤희 합참의장 역시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한 채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북한이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군사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한 상황에서 아직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사실이 알려졌지만 침투 도발이 확실할 때 내리는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유지한 채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함참의장은 국방부에서 비상대기하며 북한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있다. 전 군 지휘관들도 24시간 상황실에서 대기하며 역시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최종 시한으로 제시한 오늘 오후 5시 이후 혹시라도 모를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충돌이 있을 때마다 북한이 냉온탕을 오가는 전략을 편 터라 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은 북한이 포격 도발의 이유로 제시한 확성기 방송 역시 오늘 새벽까지 변함없이 시행했다. 또 이번 사태로 중단했던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도 재개하고 23일까지 실시키로 했다.
한미 연합 공조도 유지한 채 북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특히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 3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마틴 댐프시 미 합참의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위협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한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합참 관계자는 "양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추가도발시 한미 동맹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한미 공군은 또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연합공군 편대를이뤄 무력시위 비행을 실시했다. 비행에는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와 미 7공군 F-16 전투기 4대가 2개 편대를 이뤄 진행했다.
훈련에 참가한 전투기 편대가 북방한계선 인근까지 접근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북한군이 보유한 감시자산으로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상공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은 전투기의 속도나 레이더상의 표적 크기 등으로 한미 공군 편대 비행을 파악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군은 또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 본토에서 항공모함을 급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이 긴장을 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역시 준전시체제를 유지하고 당장이라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 인근 병력과 포병 화기 등을 작전에 용이하도록 배치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만 후방부대의 화력이 전방으로 이동하는 대대적인 작전 준비태세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군은 완전군장을 하고 각자 위치의 진지에 포진해 있으며 병력들은 실탄 수령까지 마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포병 화기들을 갱도 밖으로 꺼내놓고 전투가 가능한 위치에 펼쳐놓는 준비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당장 도발하거나 전투를 치를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후방 포병 화기를 전방으로 전진 배치하는 등의 특이동향은 관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돼 당장 무력 충돌 위기는 넘겼지만 북한은 굉장히 많은 타격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남한 전체가 사격권인 무기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