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국의 미래가 중국의 현재와 만난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대표팀은 오는 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만 만나면 대회의 경중과는 관계없이 늘 좋은 성적을 냈다. 1978년 12월 방콕아시안게임 1-0 승리를 시작으로 5년 전 동아시안컵에서 0-3으로 패하기 전까지 30년 넘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역대 전적은 16승12무1패로 크게 앞서있다. 중국 축구가 아직도 한국만 만나면 얼어붙는 이유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두 팀의 성격은 극명히 다르다.
한국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래를 위한 팀을 꾸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지 않은 대회인지라 대표팀 터줏대감들인 유럽파의 차출이 불가능해지면서 대대적인 교체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아닌 가능성을 갖춘 신예들을 대거 낙점했다. 그 결과 그동안 대표팀과 연이 닿지 않았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전체 23명 중 7명이 A매치 데뷔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경험 쌓기가 아닌 당장의 성적에 무게를 뒀다. 올해 35살로 3년 뒤 월드컵 출전이 쉽지 않은 정즈(광저우 에버그란데)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회가 안방에서 열리는데다 차출할 유럽파가 거의 없다는 점은 최정예 전력을 꾸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전력을 갖추지 못한 이번 대회를 세 번째 우승의 적기로 보고 있다. 가오린(29·광저우 에버그란데) 등 포워드 라인의 부상 소식이 들려오지만 나머지 포지션의 전력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으면서 이와 맞설 젊은 피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중국은 이번 대회에 거의 전력 누수 없이 베스트 멤버로 대회에 임하고 있어 우승후보로 불릴만하다"면서 "우리는 이에 맞서 도전하겠다. 유럽파가 없지만 중국을 상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전 결과는 슈틸리케호의 이번 대회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명단 발표 당시 "첫 경기를 중국과 중국에서 갖고 같은 날 나머지 두 팀의 전력을 분석할 수 있다. 중국전을 치르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전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겠지만 만일 원했던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으면 남은 일본과 북한전은 테스트의 성격이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