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현역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매일 다그치기만 했는데…"
한국 프로야구의 산 증인 김응용 전 감독(74)이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에서 후배들의 극진한 대접에 감격에 겨운 듯 이 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시구자로 나서 자신의 애제자 선동열(52) 전 감독에게 공을 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 감독들도 존경의 뜻을 담아 공로패를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1회에는 명예 감독 자격으로 더그아웃을 지켰다. 1회초 드림 올스타 최형우(삼성)의 2루수 앞 땅볼이 내야안타가 되자 심판에게 다가가 올스타전에는 허용되지 않는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등 여전한 승부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융숭한 대접에 김 감독은 "한마디로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현역 때 따뜻한 말 없이 다그치기만 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줘서 전날 밤 한숨도 못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간 김 감독은 쑥스러운 듯 빠르게 공만 던지고 바로 내려왔다. 그는 "쑥스럽다기 보다는 그래도 야구선수 출신인데 땅볼이라도 던지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것 같다는 말에는 "아니다. 높았다"고 냉정히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하는데 정신력이 전체적으로 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내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그 날의 경기만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응용 감독과의 일문일답.
◇일문일답
-시구를 한 소감이 어떤가.
"한마디로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현역 때 따뜻한 말 없이 다그치기만 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줘서 전날 밤 한숨도 못잤다. 선수 시절 나한테 혼이 났던 선수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생각이 많았다. 다른 이야기는 안하고 반갑다는 말만 했다."
-쑥스러운 듯 시구만 하고 바로 내려 왔는데.
"쑥스럽다기 보다는 홈플레이트 근처까지 갈까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야구선수 출신인데 땅볼이라도 던지면 어떡하나."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간 것 같다.
"아니다. 높았다."
-근황은 어떤가. 요즘 야구는 보고 있는지.
"유니폼을 벗은지 1년도 안됐다. 하도 고생을 많이해서 충전하는 중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여러 구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발표단계는 아니다. 야구에 '야'자만 나와도 긴장이 된다. 야구 뿐만 아니라 TV를 아예 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긴장을 풀고 농사나 짓고 있다."
-KBO 리그 최다승 감독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최다승이야 감독을 오래하다보면 되는 것이다. 그보다 자랑 하나만 해도 되겠나. 바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하는데 정신력이 조금 풀려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내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오늘, 이 경기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파이팅이 있었다.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감독 기간 중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뭐든지 처음이 가장 좋다. 해태에서의 첫 우승, 삼성에서의 첫 우승이다. 그때 선수들도 모두 가장 감동스러워 했다."
-유소년야구 발전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그래야 우리 야구가 발전한다. 제가 야구로 밥을 먹고 살았는데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능력이 안된다. 10원 한 푼이라도 아껴서 후배들을 위해 내놓아야 하는데 돈이 귀하다는 것을 지금에야 느낀다. 줄 곳은 많은데 돈이 없다."
-동년배인 김성근 감독이 활약 중이다.
"고등학교는 같이 졸업했지만 내가 두 살 위다. 전화로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건강이 최고라고 이야기해줬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와 타자를 꼽는다면.
"투수는 역시 선동열이 제일 좋은 투수다. 타자는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이종범이 기여를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