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미즈 S펄스로의 이적이 확정된 정대세(31)가 작별 인사를 전했다.
정대세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1라운드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정대세는 비록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전남 수비를 괴롭히며 여러 찬스를 만들어 냈다.
정대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나의 플레이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팀이 이겨서 기쁘다"고 입을 뗐다.
정대세는 "더 이상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서운하고 슬프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마무리를 잘하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J리그 이적에 대해 정대세는 "수원과 올해로 계약이 끝난다. 6개월의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좋은 오퍼가 들어왔다. 나도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 있는 가족들이 내가 경기에 뛰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정대세는 2년 6개월 동안 수원의 유니폼을 입으며 행복한 날들을 회상했다.
그는 "독일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다가 수원에 와서 새로운 선수로 태어났다. 수원에서 축구의 눈을 떴다. 한국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아들 태주도 얻었다"며 미소 지었다.
정대세는 "수원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기록했을때, 슈퍼매치에서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골을 넣고 팀이 승리했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꼽았다. 정대세는 북한 대표팀 출신으로 한국에 뛰면서 숱한 마음고생을 했다. 사상 논란 때문이다.
그는 "북한 대표팀 출신으로 한국 프로축구에서 뛸 수 있어서 기뻤다. 독일에서 수원으로 이적 당시 많은 생각을 했지만 평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다"며 "댓글을 보면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욕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정대세는 수원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원에서 너무 행복했다. 나를 응원해준 수원팬들에게 고맙다. 특히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고 존중하고 배려해줬다"며 고마움도 전했다.
정대세는 오는 12일 부산아이파크와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원정경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난다.
그는 "마지막까지 부상 당하지 않고 팀 승리를 돕고 웃으면서 떠나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