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그 중에서도 기타리스트 '양평이형'(하세가와 요헤이)을 비롯해 정재형 등이 대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MBC TV '무한도전'의 힘이 컸다.
'무한도전'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이들이 이벤트를 벌일 때마다 방송계뿐 아니라 연예계 전체가 들썩인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무한도전' 가요제가 대표적이다. 그해 가요 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명수와 제시카의 '냉면'을 비롯해 유재석과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와 '말하는 대로', 정형돈과 정재형의 '순정마초' 등의 히트곡들이 이 가요제를 통해 나왔다.
정형돈의 '강북 멋쟁이'를 비롯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곡들도 한두곡이 아니었다.
가요제는 아니었지만 1990년대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코너는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 전후로 열풍을 일으킨 '1990년 신드롬'을 재현, 터보·소찬휘·김현정 등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음원시대 전에 발표된 이들의 과거 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올해 '무한도전' 가요제의 수혜자는 밴드 '혁오'(오혁·이인우·임동건·임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혁오'의 지난 앨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지난 4일 '혁오'가 처음 등장한 '무한도전'이 방송된 직후 이들의 음악은 멜론, 엠넷, 지니 등을 비롯한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빅뱅' '에이오에이'(AOA) '씨스타'와 음원강자 '백아연' 등을 가볍게 제쳤다.
그 기세는 이틀이 지난 오늘(6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니에서 실시간 차트 1, 2위에 나란히 '와리가리'와 '위잉위잉'이 랭크돼 있으며 '후카'(Hooka)는 10위에 올랐다. 100위 안에 13곡이 포함됐는데 '혁오'가 지금까지 발표한 곡이 14곡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이 외에도 네이버 뮤직, 엠넷, 멜론, 벅스 등에서도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밴드 '혁오'는 지난해 첫 앨범 '20', 올해 두 번째 앨범 '22'와 그 사이에 싱글앨범 '판다 베어'(Panda Bear)를 발표했다.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의 음악과 노랫말로 인디 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로 꼽히는 팀이다.
'무한도전'은 이처럼 인디 신의 실력 있는 팀들을 발굴하는 순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방송사(MBC)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펼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2년 5월 월간 '콘텐츠 시장동향'을 통해 발표한 '콘텐츠산업에 대한 이슈 및 전망과 시장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디지털 종합순위 기획사별 점유율'에서 그룹 '빅뱅' '2NE1' 등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13.2%로 1위에 오른 데 이어 '무한도전' 등의 음원을 유통한 imbc가 10.9%로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그런데 음원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는 시스템으로 자신들이 수익을 위해 '무한도전 가요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참여 가수들과 시청자, 나아가 가요제를 즐기는 관객들의 일종의 축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가요계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다.
가요 관계자는 "'무한도전 가요제'가 참신함과 선행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완성도 여부를 떠나 발표하기만 하면 관심을 받는 곡에 대한 놀라움, 무한도전' 라인업에 끼지 못하는 아쉬움 등이 뒤섞여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