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무뢰한', 강렬한 제목이다. '무뢰한'이라는 어감에 걸맞은 수식어도 붙었다. '하드보일드 멜로'다. 최고의 여배우 전도연이 살인자의 애인을 연기하고, 그 살인자를 잡기 위해 애인에게 접근하는 형사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 김남길이 맡았다.
"'무뢰한'의 한자 뜻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말의 본질은 자기가 쟁취해야 하는 목표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있을 때 선악 개념 없이 전진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런 사람들의 삶,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은 오승욱(52) 감독은 영화 '무뢰한'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고편만 봐도 영화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살인자와 술집 작부와 거친 형사, 그들이 사는 세계가 말랑말랑할 리 없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어떤 사랑이 탄생한다. 그래서 '무뢰한'에는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말이 붙는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하드보일드'다. 오 감독은 이 하드보일드를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정의했다. 그는 "화사하고 고운 방식으로는 이들의 고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이들을 진실되게 보여주려면 세상을 거칠고 투박하게 바라봐야 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단어는 '멜로'다. 오승욱 감독은 "밑바닥 사랑"이라고 했다. "늘 남자로 인해 고통받던 여자가 또 다른 고통의 단서가 될 지도 모를 남자를 만나 희망 섞인 감정을 품게 되는 게 '무뢰한'의 사랑이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속죄를 하려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관객이 마음을 정화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형사 정재곤과 살인자의 애인 김혜경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삶에 닳고 닳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순수한 인간형은 많은 영화가 다룬 영역이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영화는 많지 않다. 캐릭터가 입체적이라면 그 캐릭터만큼 입체적인 배우를 필요로 한다. 오승욱 감독이 선택한 배우는 전도연과 김남길이다.
오 감독은 "전도연과 작업한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도연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도연이 '김혜경'과 밀착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도연이 곧 김혜경으로 보였다"고 했다.
김남길이 연기한 형사 정재곤은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섬세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오승욱 감독은 정재곤을 "선이 가늘고, 댄디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김남길이 곧 정재곤"이었다고 김남길의 연기를 추어올렸다.
오승욱 감독은 허진호 감독의 아름다운 멜로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각본을 썼다. 박신양과 안성기가 주연한 누아르 영화 '킬리만자로'(2000)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두 영화를 섞어 놓은 듯한 '무뢰한'은 다음 달 27일 개봉한다.
영화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