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소니해킹 사태를 촉발한 영화 ‘더 인터뷰’에서 김정은역을 맡은 한인배우 랜달 박(40)의 새로운 시트콤이 주목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 언론은 9일 “ABC-TV에서 방영되는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가 아시안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매력적인 드라마”라며 성공 가능성을 전망했다.
갓 도착한 이민자를 뜻하는 ‘프레시 오프 더 보트(FOB)’는 대만계 이민가정이 미국 문화속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룬 드라마다. 대만출신 셰프 에디 황의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토대로 극화됐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10일 오후 8시(동부시간) 방영된다.
FOB는 지난 4일 두차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돼 800만명이 시청했으며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에서 에디 황의 아버지 역을 맡은 한국계 배우 랜달 박이다. 랜달 박은 알려진대로 지난해 12월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소니 픽처스의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역을 맡은 주인공이다.
미국언론은 “잔인한 독재자가 코믹한 아빠로 돌아왔다”고 그의 변신을 소개하며 “정상급 아시안 배우답게 자존심 강한 아시안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한인2세인 랜달 박은 UCLA 학부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아시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연기자다. 2003년 단편영화 ‘드래곤 오브 러브’를 통해 28세에 데뷔한 그는 이 작품이 하와이국제영화제 최우수단편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
랜달 박은 드라마 캐스팅이후 “한국계 배우인 내가 대만계 이민자역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압박감은 90년대 한국계 코미디언 마가렛 조가 출연한 ‘올 어메리칸 걸’에서 일부 비 한국계 배우들이 부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비판을 받은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TV에서 아시안가정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20년만에 처음이다. FOB가 미국의 아시안에게 역사적인 드라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원작자인 에디 황에게 전화를 걸어 “내 역할을 중국계 배우가 맡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에디 황은 “내 생각엔 당신이야말로 적임자다. 도와줄테니 염려마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랜달 박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영화 ‘인터뷰’에 이어 시트콤 주역까지 맡게 된 것에 대해 그는 “국제적인 파문도 있었고 주목도 받았다. 또 이렇게 역사적인 시트콤에 출연하게 됐다”고 지난 일년간이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랜달 박은 “그러나 아시아계 배우 전체를 생각한다면 아직 깨뜨려야 할 벽은 많이 남아 있다”며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미국의 TV드라마에서 아시안이 주인공으로 나온 것은 1972년부터 75년까지 63회의 에피소드로 인기를 끈 ‘쿵후’를 비롯, 팻 모리타 주연의 시트콤 ‘미스터 티와 티나(1976년)’, ‘궁호(1986년-87년)’, ‘오하라(1987-88년)’ 등 ABC 드라마들이 있다.
이어 유니버셜 텔레비전에서 13부작으로 방영된 ‘배니싱 선(1994-95년)’과 ‘올어메리칸 걸(1994년)이 방영된 것이 마지막이다. 2002년엔 ‘창 패밀리 세상을 구하다’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제작됐으나 방송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