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를 가다]산타모니카는 ‘NO IRAQ’

2005.12.02 13:12:12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해변은 매주 일요일만 되면 반전의 땅으로 바뀐다.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 하지만 주말 하루 인파만 30만명을 육박하는 이 해변에서 사람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또다른 미국을 실감하게 된다.

산타모니카는 반전, 반 이라크 물결
2005년 11월13일 오후. 산타모니카 해변은 온통 이라크전 참전 용사들의 무덤이었다. 방금 지나쳐 온 인근 LA가 한낮의 태양을 실감케 한 반면 불과 1시간여 거리를 달려 도착한 산타모니카 해변은 짙은 안개에 휩싸인 흰 나무 십자가들의 행렬로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2년간의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2천여명 미군 사상자 무덤. 모래사장 위를 빼곡히 채운 흰 나무십자가들의 행렬은 처연했다. 벌써 2년째 매주 일요일 마다 산타모니카 해변을 이 슬픈 십자가로 장식해 온 이들은 바로 ‘VETERANS for PEACE’(평화를 갈망하는 참전용사들)의 회원 및 가족들.

안개 자욱한 해변에서 매주 일요일이면 이들은 어김없이 캠프를 치고 일일이 허리숙여 전쟁에서 사망한 젊은 장병들을 애도하는 슬픈 십자가를 세우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정부를 향해 반 이라크전을 호소했다.

이들이 산타모니카를 찾는 해변객들의 발길을 잡는 이유는 비단 해변을 넓게 채운 십자가와 성조기 얹혀진 관들의 행렬 때문만은 단연코 아니다. 직접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퇴역군인과 그들의 부모, 혹은 어린 자녀나 부인들이 캠프 곳곳에서 해변객에게 들려주는 반전 얘기들은 미국이,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해 행한 테러전쟁의 다른 끝엔 어김없이 평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있었음을 잊지말라고 당부한다.

“나는 미국에 배신당했다”
전쟁의 참상을 눈동자 가득 안고 있는 듯한 퇴역군인들. 십자무덤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하면서도 “한국말을 잘 못해 미안하다”던 ‘VETERANS for PEACE’의 열성회원 CHARLES NIXON씨는 기자와의 짧은 인터뷰 동안에도 왜 반전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는 “이라크전 참전 후 마치 미국에 배신당한 느낌이었다”며 “젊은 목숨을 헛되이 빼앗아 가는 이 전쟁은 정말이지 잘못된 전쟁이었음을 가슴깊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산타모니카 해변의 반전 십자가 물결은 이제 미국내에서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지난 2003년 3월20일 이라크를 향해 미사일이 발사된 이래 미국내에서는 학생들의 동맹휴업이 결의됐고 400여 도시에서는 반전시위가 진행됐다.

주말 30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사람들은 이 ‘VETERANS for PEACE’의 회원들이 들려주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작은 성금과 함께 무덤위에 올려놓는다. 그래서일까. 전쟁을 반대하는 흰 평화의 비둘기 같은 나무십자가 물결로 산타모니카 해변은 바다처럼 출렁였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그 날까지 그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산타모니카 해변교 아래선 어김없이 평화를 바라는 흰 비둘기들의 무덤이 사람들을 향해 전쟁반대를 외칠 것”이라고 말한다.
짙은 안개가 한낮에도 슬픈 무덤가를 휘돌더니 이윽고 저녁 산타모니카 해변위로 어둠이 몰려들었다. 다시 고개숙여 병사의 십자가를 거두는 참전용사의 손끝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찰스, 당신은 지금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건가요...


<인터뷰> 찰스 닉슨 ‘VETERANS for PEACE’ 멤버
“전쟁참사 일깨우는 메신저”


‘VETERANS for PEACE’는 어떤 단체인가.
우리는 모두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퇴역한 군인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활동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한다.

어떤 활동을 하나.
보다시피 2년째 이곳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매주 일요일 전쟁을 반대하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침 일찍 가족, 동지들이 함께 나와 이곳 해변에 지난 2년간 사망한 2천여 장병들의 나무 십자가를 세운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전쟁의 참혹함을 알린다.

모금활동과 함께 이라크전 관련 사진 등도 팔고있던데 기금은 어떻게 쓰여지나.
참전용사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거나 해변 사용료 등을 산타모니카 시에 지불한다.

왜 이라크전이 잘못됐다고 보나.
사람들은 전쟁을 영화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전쟁은 영화처럼 재미나지 않다. 미국의 젊은이들을 비롯해 많은 국가의 젊은이들이 헛되이 사라지게 해선 안된다. 이건 잘못된 전쟁이고 이 무시무시한 전쟁의 참상을 일깨우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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