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특히, 식물성 단백질을 대표하는 ‘콩’의 유익함이 주목받고 있다. 콩은 풍부한 단백질을 비롯해 식이섬유, 비타민 등이 풍부해 체중감소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심혈관 질환 예방
콩을 섭취하면 체중감소와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의 효과가 뛰어나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이 섭취하는 고기와 가공육 일부를 콩류로 대체할 경우 남성의 체중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동시에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헬싱키대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남성 102명을 대상으로 6주간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주당 760g의 쇠고기 돼지고기 등 고기와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을 섭취하게 했다.
다른 그룹은 단백질 섭취량의 20%를 완두콩 잠두콩 기반 식품의 콩류로 대체하고, 고기 섭취를 주당 200g으로 제한했다.
그 결과 콩류 섭취 그룹은 평균 1㎏의 체중이 줄었지만 고기 섭취 그룹은 0.3㎏ 감소에 그쳤다. 또한, 콩류 섭취 그룹은 총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저밀도 지단백)이 모두 낮아져 심혈관질환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고기 섭취 그룹은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다.
두 그룹 모두 체지방과 제지방이 일부 줄었으나, 허리둘레는 콩류 섭취 그룹에서만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반대로 고기 섭취 그룹은 허리·엉덩이 비율이 오히려 증가했다.
콩류 섭취 그룹은 비타민 B12 섭취량이 다소 감소했지만, 혈중 농도는 안전 수준을 유지했다. 반대로 철분 섭취량은 증가했으며, 요오드 등 다른 미량 영양소는 두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다.
백인경 국민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 매일 콩을 섭취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27%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이나 암에 걸린 적이 없는 성인 9,0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질병 상태를 추적 조사했다. 연구 조사결과 콩이나 두부, 두유 등을 1주일에 2~5회 먹는 사람은 1회 이하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12~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콩을 매일 먹을 경우에는 발병율이 27%까지 현저히 줄었다.
대장암 발생 위험 낮춰
콩 섭취는 대장의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다. 국립암센터 암역학예방연구부 김정선 박사팀이암센터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901명과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2,669명을 대상으로 콩 식품 섭취량에 따른 대장암 발생 위험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콩 섭취가 많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3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두부·두유 등 콩 식품, 콩나물 등 콩류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하루 105g 이상) 남성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가장 적게 먹는 (40g 미만) 남성보다 33% 낮았다. 여성의 대장암 발생 위험도 콩 식품 최다 섭취 그룹(하루 113g 이상)이 최소 섭취 그룹(42g 미만)에 비해 38% 낮았다.
콩 식품이 대장암 발생률을 낮추는 것은 아이소플라본 등 항산화·항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아이소플라본은 폐경 여성의 안면 홍조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성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 아이소플라본을 1일 최다 섭취한 그룹(남 20㎎, 여 22㎎ 이상)은 최소 섭취 그룹(남 하루 7㎎, 여 8㎎ 미만)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각각 29%(남), 22%(여) 낮았다.
콩 식품의 대장암 예방 효과는 젊은 여성보다 폐경 이후 여성에게 두드러졌다. 콩 식품을 하루 114g 이상 섭취한 폐경 여성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하루 43g 미만 먹은 여성보다 48%나 낮았다.
반면, 폐경 전의 젊은 여성은 콩 식품을 다량 섭취해도 대장암 감소 효과가 미미했다.
대장암 치료 환자의 경우에도 콩 섭취가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 센터 캐리 대니얼·맥두걸 교수팀은 대장암 치료 또는 전암성 용종 제거 환자의 식단에 흰강낭콩을 추가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나 허리둘레 기준 비만인 대장암 치료 환자 36명과 전암성용종 제거 환자 12명을 ‘일반 식단’ 그룹과 ‘흰강낭콩 통조림 하루 한 컵(식이섬유 16g, 단백질 14g, 220㎉) 포함 식단’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해 4주씩 먹게 했다.
참가자들은 임상시험 기간 제공 받은 콩의 80% 이상을 먹고, 일주일에 5일 이상 처방된 식이요법을 따랐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로부터 4주마다 대변과 공복 혈액 표본을 제공 받아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와 대사물질 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흰강낭콩 섭취 그룹은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장내 미생물 군집은 암 예방과 치료 결과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익한 박테리아인 피칼리박테리아, 비피도박테리아, 유박테리아 등도 늘어났다.
반면, 병원성 박테리아들은 감소했다. 흰강낭콩은 섬유질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의 번식을 도와 면역력 증진을 돕고 염증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항산화 항염 작용하는 이소플라본 위암 예방에도 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우경·강대희 교수 공동 연구팀 40~69세 13만 9,267명을 평균 9.2년 간 추적 관찰해 위암이 발생한 767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두부와 된장 등을 섭취하는 것이 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두부를 일주일에 2회 이상 섭취한 남성은 위암 발생 위험이 37% 낮았다. 또, 두부를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
체중에 따라 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정상 체중(23㎏/㎡ 미만)을 넘어서지 않는 남성은 된장과 두부를 자주 섭취할수록 위암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
반면, 과체중이나 비만한 남성의 경우 이런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콩에는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과 이소플라본의 일종인 제니스테인이 함유돼 있어 위암 발생률을 낮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소플라본과 제니스테인은 점막의 세포 증식과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또 된장은 발효 과정에서 몸에 좋은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다.
콩 섭취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성 코팥병 환자는 식이섬유와 식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사망률 감소 등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혜선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만성 콩팥병을 앓는 환자에서 식이섬유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사망률이 최대 44% 낮아지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사망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