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먼 산’을 펴냈다. 이 시집은 일상 속 사소한 장면과 기억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삶의 무게와 온기를 동시에 담아낸 김정식 시인의 작품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도시와 자연, 가족과 이웃,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적 여정을 그린다.
시집 ‘먼 산’은 일상의 깊은 여백과 내면의 사유를 섬세하게 엮어낸 시편들로, 삶의 뿌리와 존재의 결을 탐색하는 시인의 성찰이 가득 담겨 있다. 시인은 삶의 어느 순간, 퇴근길 지하철과 골목, 붕어빵 장수의 손끝, 외할아버지의 옛이야기, 멀리 보이는 산까지도 시적 시선으로 포착한다. 그 모든 장면은 세속의 소음 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감정의 파편처럼 읽힌다.
이 시집은 4부로 나뉘어, 도시와 자연, 가족과 역사, 일상과 초월을 잇는 시의 다리 위를 건넌다. 1부에서는 ‘역입’, ‘신전’ 등의 시를 통해 무언가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물러서야 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며, 2부에서는 국밥집, 양은 냄비, 장롱면허 등의 소재를 통해 평범한 사물에서 인간의 체온과 상처를 길어 올린다. 3부에서는 어머니의 병상과 친구의 죽음을 담담한 언어로 응시하며, 4부로 갈수록 시인의 회상과 헌사가 진정성을 더해간다.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언어의 온도’이다. 삶의 균열과 고단함을 꿰뚫는 시인의 시선은 결코 냉소적이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조용하다. 마치 먼 산을 바라보듯 시인은 대상과 거리를 두고 천천히 말을 건네며, 그 틈에서 독자는 마음의 무게를 가만히 내려놓게 된다. 특히 ‘먼 산’, ‘프로이트 어머니’, ‘붕어빵’ 같은 시에서는 시적 이미지와 감정의 밀도가 특히 인상 깊다.
‘먼 산’은 쉽게 흘러가는 말들 속에서 무거운 의미를 길어 올리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 곳곳에 스며든 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인의 시선은 먼 산처럼 물러나 있지만, 그의 언어는 독자의 심장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