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가정의 달 5월, 캠핑을 안전하게 즐기고 싶다면 ‘이것’ 주의하세요!
서울아산병원
화창한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반기는 5월은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야외 활동을 계획하기 좋은 시기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은 야외 활동은 바로 캠핑이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 수요가 급증하며 700만 캠핑족 시대가 열렸다. 캠핑이 일상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바닷가 인근에서의 차박, 집 인근에서 가볍게 즐기는 캠크닉(캠핑+피크닉) 등 다양한 형태의 캠핑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캠핑장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연을 즐기고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각종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캠핑장에서 생긴 안전사고는 총 409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 안전사고 발생 비중이 전체의 6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방문객들일수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가정의 달에 안전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유의해야 할 사고들과 안전 수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화상] 캠핑장에서 가장 흔한 사고, 화상 사고 주의보
: 피부과 문익준 교수
◆ [소아 골절] 캠핑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성장판 손상 조심
: 소아정형외과 곽윤해 교수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SFTS] 캠핑의 낭만을 해치는 살인진드기
: 감염내과 임소윤 교수
◆ [일산화탄소 중독] 잠든 사이 다가오는 일산화탄소의 위협
: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
◆ [화상] 캠핑장에서 가장 흔한 사고, 화상 사고 주의보
피부과 문익준 교수
다양한 캠핑 안전사고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화상’ 사고이다. 캠핑장 속 화상 사고는 여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한 50대 남성이 텐트 안에서 가스불을 켜놓은 채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뿌리다 불길에 휘말려 전신 화상을 입은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화상은 화염, 뜨거운 액체, 섬광, 화학물질, 전기 등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말하며 심한 경우 피부 하부의 조직도 파괴될 수 있다. 피부 손상의 정도에 따라 1도, 2도, 3도, 4도 화상으로 분류한다.
▶ 1도 화상: 대부분의 일광화상이 1도 화상에 해당하며 통증과 함께 피부가 빨갛게 되는 발적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수일이 지나면서 흉터 없이 회복되지만,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부 착색을 남길 수 있다.
▶ 2도 화상: 대부분 물집이 형성되고, 피하 조직 부종을 동반하며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감염되지 않는다면 2주에서 4주 정도 후 옅은 흉터를 남기면서 치유된다. 다만 감염이 발생하거나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에는 심한 흉터가 남을 수 있다.
▶ 3도 화상: 피부는 가죽과 같이 건조해지고 피부색은 밀랍 같은 흰색 혹은 어두운색으로 변하게 된다. 피부 감각을 상실하여 핀으로 찔러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환부는 주위 조직보다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3도 이상의 화상은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고 소실된 피부를 재건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 4도 화상: 피부의 전층과 함께 피하의 근육, 힘줄, 신경 또는 골조직까지 손상된다.
화상 치료는 화상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1도에서 2도 화상인 경우 즉시 화상 부위를 10~15분간 차가운 물에 담그거나 다량의 흐르는 물로 헹군다. 단, 얼음찜질은 체온을 낮추고 추가적인 피부 손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화상을 입은 피부의 물집은 소독된 바늘로 찔러서 조심스럽게 배액하는 것이 좋지만 멸균된 바늘이 없으면 그대로 둔다. 물집을 덮고 있던 피부는 세균감염을 막고 피부 재생을 돕는 자연 보호막 역할을 하므로 제거하지 않지 않고 화상 부위를 비접착성 드레싱으로 가볍게 보호하는 것이 좋다. 팔이나 다리 화상인 경우 부종을 예방하고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환자가 불편하지 않다면 손상 부위가 심장보다 높게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외투나 담요 등을 사용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광범위한 2도 화상과 국소 부위라 할지라도 3도 이상의 화상인 경우 즉시 병원 방문이 필요하며 국소 치료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전해질과 단백질 조절, 쇼크 및 전신 감염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요한다. 이를 위해 항생제,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으며 파상풍 면역글로불린이나 항독소 치료,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소아 골절] 캠핑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성장판 손상 조심
소아정형외과 곽윤해 교수
캠핑장은 자연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환경이다. 나무뿌리와 돌이 가득한 울퉁불퉁한 지형, 미끄러운 잔디, 텐트 줄이나 캠핑 장비 등으로 넘어져 골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단순한 골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판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아 골절 환자 중 20%가 성장판 손상을 겪으며, 아이들이 넘어지는 모든 외상에서 발생할 수 있다. 소아의 뼈는 성인과 달리 유연하고 골막이 두꺼워 골절이 있어도 외관상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봤을 때는 증상이나 뼈의 전위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성장판 손상을 모르고 방치할 경우, 성장하면서 뼈가 비틀어지거나 어긋나게 붙어 심한 변형과 성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소아 골절은 성인과 다르게 접근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는 성인보다 골절 유합이 잘 되고 재형성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수술하거나 반복적으로 도수정복(closed reduction)을 하게 되면 오히려 성장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절이 발생했을 시 우선 환아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넘어지거나 부딪혔을 때 겉보기에 큰 이상이 없어 보여도 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움직이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있다면, 부목 등으로 아픈 부위를 고정한 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른들은 타박상이어도 2주씩 아플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3~4일 이상 아프면 단순 타박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연골로 이뤄진 성장판은 엑스선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아 손상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찾아가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은 운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이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소 10분 이상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벼운 체조를 하며 몸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캠핑장에서 흔히 즐기는 축구, 캐치볼, 배드민턴 등의 격한 활동을 하기 전에 아이들이 준비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SFTS] 캠핑의 낭만을 해치는 살인진드기
감염내과 임소윤 교수
캠핑과 같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야외 공간에는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2011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환자 감염이 확인된 제3급 법정감염병이다. 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전염되며, 감염자의 혈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진드기는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진드기의 밀도가 전국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진드기와의 접촉 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리고 약 1~2주의 잠복기가 지난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도 모른 채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감기와 비슷하게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두통과 근육통이 생기거나 림프절이 붓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면서 혈소판과 백혈구가 감소해 몸속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SFTS는 사망률이 약 20%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백신이나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치료법이 표준화되지 않아 증상만 완화할 수 있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혈장을 제거하고 보충액을 주입하는 혈장교환술,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혈청을 환자 체내에 넣는 회복기 혈청 주입술 등의 실험적인 치료들도 시도되고 있다.
가족 나들이로 캠핑을 가거나 등산할 때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잔디나 풀이 살갗과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풀밭에 옷을 벗어두지 않는 것이 좋다. 외출을 마치고 귀가한 즉시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하고, 샤워하며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가 피부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침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 있기 때문에 힘을 주어 떼어내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일산화탄소 중독] 잠든 사이 다가오는 일산화탄소의 위협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
일산화탄소 중독은 대개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일교차가 큰 봄에도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치명적인 질환이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에 야영객들이 밀폐된 텐트 안에서 온열 기기, 화로(타다 남은 장작, 숯, 번개탄 등)를 사용하거나 부탄가스, 버너 같은 화기를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는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기체다. 색깔이 없는 데다 냄새도 나지 않아 미리 감지하기도 어려우며,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두통, 어지럼, 호흡 곤란, 의식 소실, 발작 등이 생기고 결국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일산화탄소가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가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의 운반을 방해한다. 산소가 조직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저산소증이 발생하고 내부적인 질식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일산화탄소는 뇌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급성 중독에서 완전히 회복된 이후 수주가 지난 시점에 지연성 신경학적 후유증을 유발하게 된다.
텐트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연소하고 남은 숯이나 번개탄을 놓으면, 적은 양이더라도 일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숯이나 번개탄을 태우고 남은 화로를 텐트 밖에 두어도 위험하다. 연기가 텐트 안으로 새어들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증상은 중독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 경증 :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등
▶ 중등증 : 머리가 몽롱하고 움직여지지 않음, 판단력 저하, 의식 소실, 발작, 호흡곤란, 저혈압
▶ 중증 : 의식 소실, 심근경색, 호흡부전, 사망
텐트 안에서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 구역질,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심한 경우 뇌, 심장, 콩팥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회복 후에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텐트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즉시 119 신고 후 인근 응급실로 내원하여 일산화탄소 중독을 진단받고 고압산소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에 위험성을 인식하고 즐겁고 안전한 캠핑이 되도록 반드시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캠핑장에서 불을 피우고 나서 완전히 소화하고 텐트 내부를 환기해야 한다.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 갖고 다니는 것도 권장한다. 일산화탄소는 부력에 의해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텐트 상부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 등 난방기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환기구를 확보하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