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겨울철은 심뇌혈관 질환을 조심해야 할 시기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치솟게 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늘기 시작해 2월 사이의 사망자가 일년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 1위
고혈압은 성인 기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동맥경화증,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심부전 등 다양한 질환을 발생시키며 심근경생증이나 뇌졸중은 특히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극심한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때 심근경색증을 의심해야 한다. 언어 장애나 시각장애, 극심한 두통, 한쪽 팔다리 마비, 현기증 등은 뇌졸중의 의심 증상이다.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적절한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은 심근경색증 2시간 이내, 뇌졸중 3시간 이내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을 해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혈압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혈압은 노화와 유전의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이 흡연, 과음, 과식,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의 문제를 만나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폐 건강의 문제가 고혈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노출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부정맥과 급사, 심부전,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2015년 미국 심장협회는 대기오염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단기간 미세먼지 노출로 인해 초과사망률은 심혈관 질환 68%, 호흡기 질환 1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시애틀의 러시아워 시간 대에 도시 고속도로에서 건강한 22세에서 45세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실험을 통해 미국의 운전자들이 러시아워 때 도로에서 마시는 공기가 필터로 거르지 않는 경우에 혈압을 상승시키고, 24시간 뒤에까지 높은 혈압이 유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터 없는 차량에서 호흡을 한 운전자들은 필터를 장착한 차량 운전자보다 혈압이 4.50 mm Hg이상 상승했다. 이 상승은 급격하게 일어났으며 한 시간쯤 뒤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소 24시간 이상 그 상태가 유지됐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공기 중의 오염물질에 노출되면 이것이 독성물질로 혈액을 돌아다니다 면역 반응 물질을 활성화시켜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저질환자의 장시간 노동
과로, 수면 부족 등 스트레스와 근무 환경 등의 요소도 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가천대학교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 만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에 시달리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6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료패널 자료에서 경제활동인구 7,303명을 대상으로 기저질환 및 건강 관련 생활습관과 장시간노동이 심뇌혈관계 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만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면 대조군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5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을 만성 기저질환과 건강 관련 생활습관으로 나누고 각 요인이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 살펴봤다. 만성 기저질환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BMI 25 이상)으로 정의했다. 건강 관련 생활습관은 흡연, 음주, 운동 정도 등이었다. 분석 결과 만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장시간노동을 하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1.58배 높았지만,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으면 1.11배 정도만 위험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1.01배만 상승했다.
연구팀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노동을 하는 경우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에 시너지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만성 기저질환자의 장시간 노동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흡연, 음주, 운동 부족 같은 생활습관과 장시간 노동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호 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장시간노동을 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심뇌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상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면 중 호흡이 멈춰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수면무호흡증 또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거나 상기도가 자주 좁아지면서 호흡을 방해하는 수면장애 증상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워 방치하기 쉽지만, 단순한 코골이와 달리 질병으로 분류된다. 수면무호흡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치매와 인지장애를 유발할 뿐 아니라 심할 경우 고혈압,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열랑섭취가 동일해도 음식 섭취의 횟수가 적고 불규칙하면 고혈압의 위험이 높아진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19세 이상 성인남녀 4,6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사를 하루 2회 이하로 하는 사람이 3회 이상 하는 사람에 비해 혈압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식사 횟수는 아침, 점심, 저녁 등 일반적으로 말하는 식사 뿐 아니라 새참, 간식 등도 포함된 개념이다.
분석 결과 하루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혈압은 낮게 나타났다. 하루식사 횟수가 2회 이하 그룹의 혈압 수치는 수축기 120.66㎜Hg, 이완기 78.36㎜Hg이었으나, 식사 횟수가 늘수록 혈압은 점점 낮아져 5회 이상 그룹은 수축기 117.92㎜Hg, 이완기 76.5㎜Hg로 나타났다. 즉 식사 횟수가 하루 5회 이상인 경우는 2회 미만인 경우에 비해 수축기 혈압은 3㎜Hg, 이완기 혈압은 2㎜Hg감소했다. 이는 적절한 음주 또는 저나트륨 식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혈압 강하 효과다.
수축기 혈압을 3㎜Hg만 낮춰도 뇌졸중 위험률은 8%, 관상동맥심장질환 위험률은 5% 떨어지고, 이완기 혈압이 2㎜Hg 떨어지면 고혈압 위험률은 17%, 뇌졸중 위험률은 14%, 관상동맥심장질환 위험률은 6% 떨어진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일반적으로 하루 총 열량 섭취가 일정할 때 음식 섭취 횟수가 적어지면 한꺼번에 먹는 양이 늘어난다. 이는 인슐린 분비 증가, 복부비만으로 이어져 혈압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부비만의 영향을 제외하고도 음식 섭취 횟수가 적어지면 혈압이 상승하는 결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외에도 음식 섭취 횟수가 적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과일, 채소 등의 섭취가 적은 식사의 질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