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전세사기특별법 논의가 3번째 심사에서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 통과가 미뤄지는 동안 결국 네 번째 극단적 선택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추가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0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김정재 국민의힘(정부여당안)·조오섭 민주당·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별법안 3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오는 16일로 합의를 한번 더 미뤘다. 이는 지난 1일과 3일에 이은 세 번째 논의였다.
정부와 여야는 당초 지난달 27일 특별법안 발의 이후 통과를 한 주 내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법안 발의를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보증금을 반환하라는 일각의 주장은 분리해서 처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단이 협조만 해준다면 빠르면 이번 주 내에도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정치적 정쟁 때문에 오래 끄는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과 달리 여야 논의는 또 다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은 계속해서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이나 피해자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지난 3일 ▲주택 경·공매 대리 법률서비스 ▲피해자 '우선매수권' 부여 ▲최장 20년간 시세의 30~50% 수준의 LH 장기 임대 등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정부여당 수정안으로는 다양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며 보증금 채권 반환 또는 이에 상응하는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같은날 "전세사기 보증금의 국가 보전은 불가하다"며 "여론 몰이에는 눈 하나 깜빡 안한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기조를 보였다. 그는 "이미 제시할 것은 다 한 것"이라며 수정안이 사실상 최종안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토부는 지난 9일 '전세사기피해지원 준비단'을 발족해 특별법 통과와 동시에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지만, 이 역시 기존의 정부여당안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미뤄지는 사이 서울 양천구에서는 네 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강서구 빌라왕 김모씨의 주택을 임차했던 30대 여성 A씨가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전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요'라는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던 국회에서는 다시 논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국토위는 오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여야는 최대한 협의안 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오는 16일 네 번째 소위에서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야 지도부에서 협상을 해 나가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네 번째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속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양당 원내대표가 노력하기로 했다"며 "상임위든 지도부든 방법과 절차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빠른 결론을 낼 예정이다. 지금 몇가지 쟁점은 합의가 이뤄졌고 남은 쟁점들에 대해서는 신속히 논의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