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앞둔 푸틴 '에너지 폭탄'에 맞설 美 에너지 무기 확보 필요" NYT

2022.10.27 10:57:16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기하는 가장 큰 위협으로 흔히 전술핵무기가 꼽히지만 겨울을 앞 둔 지금 푸틴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에너지 전쟁이라며 미국도 석유, 가스 생산을 늘려 에너지 무기를 확보함으로써 맞서야 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촉구했다.

푸틴은 에너지 가격을 급등하게 만들어 서방에 정치적 압력을 가함으로써 당장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도록 하려는 생각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지상전을 펼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력 시스템을 파괴해 길고 추운 겨울을 만들고 서방보다 우위에 서려는 3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상충되는 다섯 가지 기대를 가지고 있다. 푸틴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하려 한다.

첫째,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탈탄소화를 추구한다.
둘째, 우리는 유가를 최대한 낮춰 자동차를 빠르게 달리게 하길 원하고 겨울에도 실내에서 스웨터를 입기를 싫어 한다.
셋째, 우리는 이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독재국가들이 생산을 늘리길 기대한다.
넷째, 우리는 미국의 석유 및 가스 기업 공룡들을 소외시키면서도 이들이 생산을 늘려 에너지 위기를 넘기도록 한 뒤 태양열과 풍력에 의해 밀려나 사멸하길 기대한다.
다섯째, 우리는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이나 태양열 패널이 우리 땅을 더럽히길 싫어한다.

이들 다섯 가지는 서로 상충한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치르고 있는 에너지 전쟁에서 이기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푸틴이 크리스마스에 에너지 폭탄을 터트릴 것이다.

푸틴은 우선 미국이 전략 비축유가 바닥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2월에 비축유 1500만 배럴을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휘발유가 상승을 막기 위해 1800만 배럴을 방출한데 이어서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10월14일 현재 4억510만 배럴로 총 비축 가능 용량 7억1400만 배럴의 57% 수준이다. 갑작스런 석유 생산 축소에 대비해 비축한 전략비축유를 선거 때문에 방출하는 건 위험한 짓이다.

푸틴은 독일이 러시아의 값싼 천연가스에 중독돼 핵에너지를 포기한 것처럼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고갈시키길 바란다. 푸틴은 또 유럽연합(EU)이 12월5일부터 러시아산 석유의 해상 운송을 금지하고 독일과 폴란드가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입을 중단하길 기다린다. 두 통로는 현재 유럽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의 90%를 차지한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제재로 인해 EU 기업들은 러시아의 제3국 석유 수출에 보험, 중개, 융자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외 EU는 보험이 없으면 러시아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가 유가를 서방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내리지 않으면 수출 보험을 장악한 서방 보험회사들의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미 석유업계는 서방의 러시아 석유가 상한선 압박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파트너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구매자가 유가를 정하길 원치 않는다. 국제 석유시장은 특히 가격 왜곡이 심하다. 따라서 유조선들은 위치발신기를 끄고 선박 대 선박 환적을 하거나 아시아 등지의 유류저장고에 비축했다가 재수출함으로써 러시아산 석유를 세탁할 것이다. 대형 유조선 한 척에 실은 석유가격만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니 그러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변수도 있다. 중국은 배럴당 100달러 유가에 상당하는 가격으로 중동국가로부터 장기 천연가스 구매계약을 맺은 상태다. 시진핑 주석이 말도 안돼는 코로나 봉쇄 정책을 지속하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돼 가스 수요도 줄었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고정가격으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를 국내 수요에 사용하고 남는 분량을 유럽 등 에너지 부족국가에 배럴당 300달러 유가 상당 가격으로 재수출하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이 조만간 코로나 봉쇄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의 가스 소비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면 수출을 중단하게 되고 전 세계 가스 시장은 한층 더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전력 생산을 망가트리고 있다. 현재 전기 없이 지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100만 명이 넘으며 한 우크라이나 의원은 “지독한 어둠과 추위가 다가온다”고 트윗했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할 때 12월이 되면 푸틴이 서방의 유가 상한선 압박에 굴복하기는커녕 30일 또는 60일 동안 모든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할 것이다. 일시적이라면 푸틴은 이걸 감내할 수 있다. 이것이 푸틴의 에너지 폭탄이며 서방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고 가스 값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비는 배럴당 10~20달러 수준이다.

푸틴의 에너지 폭탄은 전 세계를 결집시킬 핵폭탄보다 한층 더 서방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멀어지도록 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추정일 뿐이다. 만일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 에너지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도 반격 수단을 확보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럽이 올 겨울을 위한 가스를 이미 비축했다고 하지만 중국의 가스 소비가 늘어나는 내년에도 러시아 천연가스 없이 비축하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국이 우리와 민주 진영을 지키기 위해선,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에 석유와 가스 생산 확대를 구걸하지 않으려면, 군사력 못지않게 강력한 에너지 무기가 필요하다. 에너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이니까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확보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미국 석유, 가스 투자자들이 최대한 청정한 방식으로 생산하기만 한다면,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파이프라인이 액화수소도 운송할 수 있도록 만들면, 태양열과 바람, 수소 등 다른 청정에너지와 함께 환영받을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푸틴에게 우롱당하지 않으려면 환상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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