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남부 반격 작전 후 러시아 혼란 빠진 징후" NYT 보도

2022.09.06 14:14:27

러 헤르손 수반 "주민 투표 연기"…"계획 대로 실시" 혼선
우크라 "주민투표 용지 보관소 공습…러 FSB 지휘소 타격"
NYT "혼란상, 우크라 반격 후 발생…러·우 정보전도 벌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우크라이나가 헤르손 수복을 위한 반격 작전에 나서면서 점령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러시아가 혼란스러워하는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주(州) 행정부 부수반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는 이날 러시아 국영 TV '로시야-1' 인터뷰에서 "헤르손의 러시아 영토 병합을 묻는 주민투표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사건이 발생해 그곳에서의 투표는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인터뷰 몇 시간 뒤 러시아가 헤르손 주민투표 일정을 공식 연기한 것으로 보도가 확산하자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인터뷰 내용 일부를 바로 잡았다. 주민투표 연기 가능성이 아닌 실시한다는 방침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단지 (정확한) 투표 날짜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뿐, 투표는 분명히 실시될 것이다. 아무도 그것(주민투표)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날씨든지 (주민투표는) 계획 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러시아는 오는 11일 자국 지방선거 일정과 연계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남부 헤르손·자포리자 ▲북부 하르키우 등지에서 러시아 영토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판단해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 지도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현지) 관리들에게 하르키우 일부 지역에서 가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그보다 닷새 앞선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헤르손·자포리자·도네츠크·루한스크·하르키우 등 5개 주에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 준비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었다.

 

러시아는 이미 점령한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를 비롯해 하르키우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공식 화폐로 사용토록 강제했다. 초·중·고 커리큘럼에 우크라이나어를 대신 러시아어를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는 등 '러시아 화(化)'를 빠르게 시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점령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러시아 국적 취득과 여권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의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나라별 국제 전화번호 앞자리도 기존 우크라이나 번호에서 러시아 번호로 바꾸었다. NYT에 따르면 헤르손의 경우 지난 5월 휴대전화와 인터넷 네트워크망도 러시아 국영통신 로스테콤 망으로 교체 완료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공식적으로 강제 병합 전에 사용했던 모델로, 마지막에 해당하는 러시아의 다음 단계는 주민투표 실시가 될 것이라고 서방 관리들은 우려해왔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날 헤르손주와 인접한 중부 체르카시주 소재 카민카-드니프로우스카 지역에서 준비 중인 가짜 주민투표 용지 보관소를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은 헤르손주 북쪽 방향으로 270㎞ 가량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은 성명을 통해 "(해당 공습 지역은) 가짜 주민투표를 위한 투표 용지를 보관하던 장소로, 거의 모든 인쇄물이 파손됐다"며 "투표 용지 창고를 지키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부대 지휘소도 함께 파괴됐다"고 밝혔다.

 

NYT는 이토록 러시아 측에서 발생 중인 일련의 혼란상들이 헤르손 수복을 위한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 작전 이후 발생했다며 남부 영토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전투 속에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 작전에 대한 세부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군사 분석가들의 이야기를 통제하기 위해 (또 하나의)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에 대한 수복 작전 공개 개시를 선언한 뒤 점령지를 넓혀오고 있다. 3개 방면에서의 러시아 군 방어선 돌파로 4곳(노바 드미트리우카·아르한헬스키·토미냐 발카·프라우디네)을 탈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정례 화상연설에서 남부 지역 2곳과 동부 지역 1곳을 추가 탈환했다고 밝히는 등 주요 전선에서의 탈환 영토 면적을 조금씩 넓혀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영토 탈환 의지를 재확인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남부 지역 2곳과 동부 지역 1곳을 탈환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는) 스텝-바이-스텝, 단계적으로 우리의 영토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헤르손 탈환을 위한 공개 반격 작전에 나서게 된 배경에 관한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헤르손에서만 반격을 한다고 말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복수의 방향으로 진격할 것"이라고 답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Copyright @2025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지원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5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