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문재인 정부 초기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중앙행정부처의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분간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지난달 25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 및 한국전력 자회사 8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압수수색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등의 디지털자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압수된 PC들을 최근까지 사용했던 산업부 관계자들의 참관 하에 포렌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된 자료가 방대하고 참관인 출석 일정도 조율해야 해 분석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교육부, 통일부 등 다른 부처들에서도 이전 정권 인사들이 현 정권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검찰은 사표를 내고 물러났던 일부 기관장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마쳐 사실상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수사 인력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정부 전반의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검찰은 우선적으로 산업부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 2019년 초 접수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압수수색에 나섰다. 강제수사 시점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는 만큼 이번 수사의 성패는 증거물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사표를 냈던 이들 가운데 일부가 '사표 제출을 종용 받았다'는 취지 진술을 내놓긴 했지만, 일부의 경우 명시적인 종용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어느정도 증거를 확보한 뒤 피고발인 등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속도에 따라 소환 조사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소환 시점에 접어들면 기관장들을 직접 만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산업부 A국장 등 실무선에 대한 조사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백운규 산업부 전 장관, 이인호 전 차관 등 역순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후임자 선임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력 보강이 필요할 경우 수사팀 인력 충원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면서 "산업부 국장이 아직 임기를 끝마치지 않은 한국전력 산하 발전소 4곳 사장 등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해 3월엔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교육부 등에서 광범위하게 산하 공공기관 인사들 찍어내기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고발장을 검찰에 재차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