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연탄불 인터넷. 최근 논란이 된 동반 자살자들의 공통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이들이 동반 자살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살을 원하는 이들은 인터넷 상의 비공개 블로그 까페 안티 자살사이트 등을 통해 자살 방법과 시기 등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8일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신모(35)씨 등 30대 남녀 4명이 동반 자살을 한 이후 이를 모방한 연탄불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같은달 15일에는 강원도 횡성군 갑쳔면의 한 펜션에서 10~40대 남녀 5명이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을 시도해 이 가운데 4명이 숨졌고 같은달 17일에는 강원도 인제군의 한 휴게소 주차장에서 3명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달 19일에도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남자 두명이 부산 서대신동의 한 주택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4월15일 동반 자살해 숨진 4명중 김모씨와 4월17일 인제에서 동반 자살한 3명중 지모씨가 휴대전화로 연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혀 이들이 자살을 위해 사전 모의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년전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이 동반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자살 관련 사이트들을 자취를 감췄지만 자살을 원하는 이들은 여전히 암암리에 인터넷을 통해 자살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자살 방지 사이트에서 자살 방법을 모의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 포털 사이트에서 자살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생명은 소중하다’는 자살방지 사이트가 나오지만 ‘동반자살’을 칠 경우 자살의 방법이나 각종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검색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낭만적인 자살을 꿈꾸다? 인식부터 바뀌어야
최근 잇딴 자살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낯선 이들이 낯선 지역에서 만나 자살을 모의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모방 자살 사건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홍강의 한국자살예방협회장(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낭만적인 느낌, 동정이 가는 단어기 때문에 자살을 방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동반자살이라는 말보다 ‘공모에 의한 집단 자살’이라는 용어를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단어 선택 자체가 자살을 방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또한 여행지로 유명한 강원도가 편안한 느낌과 휴식의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자살을 꿈꾸는 이들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동반 자살자들의 심리에 대해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 중에는 ‘혼자 죽는게 두려워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수없이 자살을 꿈꾸더라도 막상 죽음을 앞두게 되면 주저하게 되는게 사람 심리인데 같이 실행할 사람이 있으면 의기투합을 하기 쉽다”며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만나 자살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자살 공모 원칙적으로 막아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인터넷을 통한 자살공모를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진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공모에 의한 동반 자살(2007)’이라는 논문에서 자살 방조 사이트 및 인터넷 포털 업체의 자살 관련 필터링을 특히 강조했다.
자살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 인터넷을 통한 공모가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자살 사이트 및 자살 관련 검색어에 노출된 포털에 대한 처벌 강화 △인터넷 윤리 교육의 의무화 △지식 검색 등을 통한 자살 관련 정보 제공 글이 올라올 경우 상담을 전담하는 서비스 인력 확충 등을 제안했다.
또한 동반 자살 여행지로 이용되는 강원 산간이나 부산 등 여행지 지역의 지자체별 대응 방안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자살자를 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변인의 관심
국회에서 자살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하고 포털 사이트를 통한 자살자 방지 대책 마련, 윤리 교육을 통한 자살 방지 교육 마련 등의 대책이 제안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자살 방지 대책은 역시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홍강의 회장은 “자살의 원인은 크게 정체성 혼란이라는 개인적인 요소와 가족 기능과 구조의 약화라는 두가지 문제로 나뉜다. 그중 가족간 불화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며 가족간 화목이 자살 방지에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또한 가족의 세심한 관심이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농약 판매상이나 연탄 판매상, 숙박업소 업주들의 세심한 주의도 당부했다. 홍 교수는 “농민처럼 안보이는 사람이 농약을 산다거나 뜬금없이 연탄 한 두장을 사가는 사람들을 보면 관련 업주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결국 국민 전체가 ‘자살 지킴이’가 되어야 헛된 생명이 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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