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일본의‘기생관광’

2003.10.20 0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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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일본의‘기생관광’



또 국제적 망신…중국, 반일감정 악화




자는
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놀랄만한 기사 한편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중국의 광동성에 위치한 주하이시의 한 호텔을 통째로 빌려
매춘관광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언론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9.18 만주사변’ 72주년 무렵이었던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380여명의 일본 관광객들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시 최대 호텔인 국제회의센터 호텔 연회장에서 500여명의 중국 아가씨들을 불러모아 집단 기생파티를 벌였다.

당시 호텔 로비에는 ‘경축, 일본 헤이세이(平成)주식회사 창립 15주년’이라는 플랫카드가 걸려 있었으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플랫카드와 함께
일장기 게양을 요구했으나 호텔측이 이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와 학생 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관광단의 일본인들은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의 ‘마담’에게 아가씨들을 불러줄 것을 요청했고, 나이트 클럽측이
이를 주선하게 됐던 것이다. ‘기생파티’에 초대된 아가씨들의 숫자는 무려 500여명이 넘었고 이들은 1인당 1,200위안(한화 약 18만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급조된 이 여성들은 모두 주하이시 시내 일대에 사는 아가씨들이었다.


중국 ‘국치일’에 일본 ‘기생파티’웬말

이번 사건은 중국인들 뿐 아니라 중국인의 반일감정을 잘 아는 유학생들에게도 경악을 금치못하는 사건이다. 외국인들이 매춘을 위해 자국을 관광한다면
분노하지 않을 나라는 없지만, 중국처럼 전통적인 반일감정이 있는 나라의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같은 역사적 아픔을 겪었던 한국 유학생들에게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이 사건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사건 자체에 대한 분노뿐만은 아니다. 이번 일본인 기생관광 사태는 그 자체가 민족감정에 상처를
입혔다는 면에서 그 파장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중국인들을 그토록 화나게 했을까?

우선 이 사건이 일어난 날짜에 주목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9월18일은 일본이 만주를 점령했던 날로 중국인들에겐 ‘국치일’이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 목격자 가운데 한 명인 자오광첸(趙廣泉)은 “이들 일본 관광객은 중국의 국치일인 ‘9.18 만주사변’ 72주년을 맞아 기생관광을
온 것”이라며 “그 악랄한 정도는 정말로 우리 머리털을 서게 만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 말은 이 사건을 접한 대다수 중국인의 분노를
대변한다. 실제로 중국언론에서는 이날을 ‘제 2의 국치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비록 경제 문화적인 교류로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중국의 중장년층들은 일본인들을 싫어한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아직도 남경 대학살의
처참한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일전에 중국의 인기스타 조미가 미국인 디자이너가 일본의 군함기 모양으로 디자인된 옷을 입고 패션쇼에 나섰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은 것도 중국인의 반일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기생관광’백태
일삼는 일본… 국제적 망신


이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에서 주하이시 당국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시 주민들이 일본인들의 매춘 행태를 신고했지만 주하이시 당국은
“증거가 없다”며 수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비난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뒤늦게야 사태를 파악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중국 당국은 기생파티를 알선한 주하이 국제회의중심 호텔 관계자들과 나이트클럽의 마담을 포함해, 당시 접대를 맡은 여성 500여명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주하이 국제회의중심 호텔에 있는 감시카메라 녹화 테잎도 압수해 조사 중이다.

현재 호텔은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고, 호텔의 사장과 매춘여성을 소개시켜줬던 마담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일본인 관계자들은 정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회사에서 이 호텔에 온 것은 회사 창립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온
것이지, 기생관광을 온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렇다면 일부의 사람들로 인해 중국
당국이 이렇게 극도로 흥분하고 분노를 할 정도란 말인가.

문제가 확산되면서 일본은 서둘러 중국 국민과 중국 당국에 사과를 했다. 그 사건이 진실이라면 엄정 대처 해야한다는 내용과 함께. 그리고
일본 자체 내에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주중 일본대사관에서 중국 공안당국이 체포한 중국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이미 전해졌다.

일본은 이미 70~80년대에도 ‘기생관광’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과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은 물론, 일본 사회 내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있다. 일본은 이번 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행동은 양국간의 불화가 없길 바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인 분노…반일감정 거세져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바람과는 달리 중국인들의 분노도 쉽사리 가라앉을 기세는 아니다. 중국해방일보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중국인들은 모두
이런 역사적 사실을 망각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인들이 최근 중국의 국가 존엄성과 주권을 너무 가벼이 보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연일 반일감정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말들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 “일본은 자국의
국민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라”, “일본은 도덕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등으로 반일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간을 운행할 고속철
심사에서 일본의 신칸센을 배제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필자의 중국친구는 이 사건에 대해”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자유이니까. 하지만 일본인들이 자기네 나라가
제일 잘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나대는 행동은 정말 볼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외교에도 영향 끼칠라

최근 일제시대 때 일본이 중국에 묻어놓은 화학무기 문제로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일어난’9.18 기생관광’사건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인들은 ‘기생관광’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의 유감표명도 외교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일본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인들의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화학무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일본정부의 항소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일, 일본 정부는 옛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직후 중국에 내버린 각종 화학무기로 인해 피해를 본 중국인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도쿄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들은 국치일에 ‘기생관광’을 가고,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발뺌하는 상황에서 양국(중-일)간의 친선을 말하는 일본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유영 (북경어언대학교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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