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내일(12일)부터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국감)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위원회는 12일 금융위를 시작으로 13일 금융감독원, 16일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을 대상으로 국감을 연다. 20일엔 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예정돼 있다. 23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까지 끝나면 올해 국감은 모두 마무리된다.
올해 국감장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부실 사태' 논란이 가장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고가 연달아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이번 국감에서 정무위 의원들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최창순 농어촌공사 노사협력부 관계자, 권순국 한국마사회 노무후생부 관계자, 정욱재 한전 노사협력처 관계자 등 사모펀드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 사모펀드 부실 판매와 관련한 질문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옵티머스 사태 피해자모임 비대위의 권혁관 대표와 라임펀드 피해자인 곽성은씨도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은행들의 채용비리 의혹도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13일 금감원 국감에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과 김학문 금감원 인적자원개발실 국제금융센터 파견(실장급)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리은행은 2015~2017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권이던 지원자 37명을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논란을 빚었고, 이와 관련해 이광구 전 행장은 올 초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을 받았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강 부행장에게 부정 합격자들의 처리 방안과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구제 여부 등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의 경우 신한은행 채용 비리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2013~2016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 지원자와 고위급 간부 자녀 등 총 154명의 점수를 조작해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실장은 2018년 채용비리 관련 1차 현장검사 팀장을 맡았다.
정부가 지난달 3일 발표한 '뉴딜펀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정책형 뉴딜펀드'를 발표하면서 35%까지 손실이 나도 공공부문 재정을 통해 보전을 해준다고 강조했다가, 뒤 늦게 '기본 10%'라고 정정해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투자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우는 '포퓰리즘 펀드'라는 지적부터, 금융권의 팔을 비틀어 내놓은 '관제펀드'란 비판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딜펀드 사업과 관련한 비판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삭제한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를 참고인으로 소환키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정무위 의원들은 보고서 삭제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상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개정안' 입법 움직임을 두고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앞서 제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금융계열사를 둔 대기업집단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 등 이견이 있어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공정경제 3법은 지난 8월25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위가 맡고 있는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여수신·금융투자·보험 중 2개 이상 업종의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 대한생명이나 동양증권 사태처럼 그룹내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되는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아 금융위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을 연장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금융업계 등은 법제화될 경우 기존 개별 금융업법상의 건전성 규제와 중복,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윤석헌 금감원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이해찬 전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을 놓고도 야당 의원들의 총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과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가자! 20년!"을 건배사를 두고 국책은행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 '우리(민주당)가 20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민주 정부가 벽돌 하나하나 열심히 쌓아도 그게 얼마나 빨리 허물어질 수 있는지 봤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번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이 회장과 윤 원장에 대한 조치와 재발 방지 등을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13일과 16일 각각 예정된 금감원, 산은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도 이 회장과 윤 원장 등 본인들에 직접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등 질타가 쏟아질 전망이다.
산은은 또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무산에 대한 책임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둘러싼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뭇매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의 동생 장하원 씨가 대표로 있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설계한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묶이게 됐다. 글로벌채권펀드 695억원, 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219억원이 환매 지연됐다.
기은 직원의 '셀프대출'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추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기은 A차장은 2016년 3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아내와 모친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5개와 개인사업자 등에 총 75억7000만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이후 경기도 화성 일대의 아파트·오피스텔과 부천의 연립주택 등 총 29채를 구입해 수십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