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영국 소비자들에게 ‘신뢰 회복’을 약속한 폭스바겐이 영국 내 120만명 구매자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자사 차량에 배출가스 불법 조작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회사는 영국에서 120만여 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가 기계장치 조작 속임수를 통해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후 폭스바겐은 투자자와 차주들에게 각종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데 이어 이달 초 미국 법무부에 의해 거액의 민사소송을 당하는 등 큰 시련을 맞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미국에서 200억 달러(약 24조1820억원) 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 차주들에게 1000달러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영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는 사과와 차 수리를 해주겠다는 약속만 했을 뿐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폭스바겐 영국 상무이사 폴 윌리스는 환경식량농산부에 대기질에 관한 증거를 제공하는 등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손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스바겐 기술자들이 소프트웨어와 10유로짜리 공기필터를 바꾸면, 연료소비에 대한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이것이 차량 수리를 하려는 이유다”며 “불행히도 미국은 매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이 유럽에서는 독일자동차감독기관의 승인으로 수리(리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런 조치가 먹히지 않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은 지난 12일 폭스바겐의 2.0 리터 디젤 엔진 리콜 계획을 반려했다. 배출가스 기기 조작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리콜 계획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신뢰 회복 노력 역시 의도했던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미 공공라디오방송 NPR에 “자사는 디젤 엔진 배출가스 문제와 관련해 미 규제당국에 거짓말하지 않았다”며 “미국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빚어진 일이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법 위반을 받아들이기 위한’ 후속 인터뷰를 요청했다.
‘왓카’(What Car?) 편집장 짐 홀더는 “폭스바겐이 소비자 신뢰를 저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가 진정성 있게 구두로 사과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차 구매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다시 얻기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