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안찰수 사퇴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국민의당 선대본부의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태규 의원은 이날 “2월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그동안 안 후보 단일화 제안을 조롱하고 모욕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런 그가 단일화 관련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날 울산, 포항 등에서 유세를 한 이 대표는 다급하게 서울 여의도 국회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유세활동 때문에 목쉰소리로 이 의원의 주장에 맞대응했다.

 

그는 "오늘 이태규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했다"며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태도는 작년에 진행한 합당 협상에서의 국민의당 태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대표는 야권 단일화 문제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자신이 이 의원과 나눈 이야기는 당 영역에 국한된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을 만난 이유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의 의사 전달체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회견 중간중간 자신의 제안은 철저히 당 대표 권한 내의 영역에 국한됐다고 강조했다. 선거 막바지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갈등설이 나오지 않도록 발언에 신중을 기한 모습이다.

 

특히 이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한다면 부산시장 선거 등에 안 후보를 공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가 없는 말"이라며 선을 그었다.

 

◆'서울 종로 보궐선거·부산시장 선거'에 安공천 조건 걸었나

 

이태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대표가 안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종로 보궐선거, 혹은 부산시장 선거 공천을 제안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저는 이미 몇 차례나 선거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 출마를 접는다면 지방선거 등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과정에서의 합당까지 마무리 지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연장선 상에서 양당이 합당하면 지도부 구성에 있어서 기존의 배려를 유지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종로는 전략 공천지로 지정해 만약 그런 의사 있다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부산 시장은 경선을 해야 한다. 안 후보에 그런 것을 도전하면 어떻겠느냐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천을 주겠다는 건 제가 할수가 없는 말이고 그런 공천심의위원회에 배치되는 제안을 왜 했겠나"라며 "(국민의힘엔) 박형준 부산시장이 있다. 그분의 경쟁력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선 결과에 따라서 부산 지역은 민주당에서 다선 의원 중심으로 도전하려는 분들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지역구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도전 하는 것, 안철수 후보가 아니더라도 부산과 연고 있는 분들에게는 (시장 출마를) 제안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왜 그런 오해를 했는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내 安 배신자? 이태규는 아냐"

 

이날 이태규 의원은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이 대표가 국민의당 내 안철수 후보를 주저 앉히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있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를 제안한 사람에 대해 "정치적 예의상 공개를 안 하는 게 도리일 것 같다"며 "이 의원이 혹시나 그 인물로 지목될까봐 우려돼 밝히자면 이 의원은 당사자가 아니다. 해당 발화자의 어떤 의문에 대해 정확하게 답하기 위해 만나서 대화한 것이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를 (대선에서) 포기하게 만든다는 직접적인 의사가 있어서 이 의원에 추가로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실질적인 합의나 실질적 방향으로 나가려면 사람들이 각자 권한을 가진 내용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은 "당 대표 차원에서,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당 대표 수준에서 모든 예우를 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일화한다면 '열정열차'서 퍼포먼스?…"만약에 지지선언이 있다면"

 

이태규 의원이 이준석 대표가 '열정열차' 종착지에서 단일화 선언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출마 포기 및 지지선언을 한다면 안철수 대표가 최대한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열정열차의 2일차 종착지인 여수에서 (단일화 선언을) 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준비하겠다. 만약 안철수 대표가 원한다면 후보에게만 그 기획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제가 이태규 의원 만나게 된게 2월9일이다. 2월9일에 만나서 13일에 열차 타고 가니까 후보 등록 전에 그런 행동(사퇴 후 윤 후보를 지지)을 할 의사가있으면 오늘 내일 중 말해주면 기획에 반영하겠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열정열차는 무궁화호 열차 4량을 전세로 임대해 국민의힘의 공약을 홍보하기 위해 도입된 열차다. 이는 이 대표의 기획으로 추진됐다.

 

◆'尹, 의중 담은 만남이었나' 질문에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에 이런 내용을 공유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의원에 생각해보고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실제 20일 가까이 연락이 없었다. 당연히 안철수 대표에 전달이 안 됐거나 거절됐구나 생각했다"며 "그걸 일일이 후보에 이야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태규 의원과의 만남에서 "실례가 될 만한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어떤 반응도 3주째 없다가 지금 갑자기 공개된 이유는 국민의당 내부의 당내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아주 투명하게 오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과 제가 말한 내용을 조합하면 모든 내용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냐 아니면 '지지선언'이냐의 어휘에 대한 차이는 있지만 결국 (내가)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예우를 하지 않으려던 건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걸 밝혀준 이 의원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비꼬면서 "진지한 논의를 위해서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당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