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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통합정부' vs 윤석열 '단일화' 외연확장 위한 승부수

李, 중도 확장, 야권 단일화 무력화
尹, 주도권 확보, 대통령 자질 논란 상쇄

김백순 기자  2022.02.10 06: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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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이재명 통합정부론’, ‘윤석열 단일화론’.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외연확장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엎치락뒤치락 안갯속 판세가 계속 되자, 박스권 지지율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한 주를 부동층에 대한 집중 공략 주간으로 지정하고 지지율 취약층인 중도층을 넘어 보수층으로까지 전방위적인 구애를 펴고 있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단일화나 전략적 연대를 통한 세 확산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는 정파에 관계없이 통합정부를 기반으로 한 '책임총리제' 구상을 제시하며 공개적으로 단일화 의지를 피력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 "단일화 관련,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이 진행돼 왔다"며 거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당연히 모든 역량을 합쳐야 한다. 그게 국민내각, 통합정부"라며 "정책적으로 연합할 수도 있고, 끝까지 가면서 서로 협력할 방안도 있을 수 있고, 단일화도 있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가 구상하고 있는 '통합정부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안 후보와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단일화에 의지를 보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이 후보가 얼마 전 김동연 후보와의 양자토론에서 '책임총리제'를 수차례 언급한 것도 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의도적인 발언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전 의원을 연쇄 접촉한 데이어 윤여준 전 장관을 뉴노멀시대준비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중도, 합리적 보수 성향 인사들과도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중도 보수 이념을 가리지 않고 반대편 진영 인사까지 먼저 다가가서 외연확장을 가속화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다가 내부 갈등으로 해촉됐고, 이 전 의원은 이 후보의 중앙대 법대 시절 사제관계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보수 인사다. 윤 전 장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안철수 후보 등을 지원하며 중도·보수 선거 전략가로 통한다. 이 후보가 합리적 보수 인사 중에서도 특히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와 관계가 틀어진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중도보수 유권자를 공략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대선 선거일이 임박해지자 야권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다시 '빅텐트'를 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 내에서 중도층에 소구력을 지닌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안 후보가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전하면서 '尹-安 공동정부' 구상안을 띄웠고, 윤상현·조수진 의원 등도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당 내에서도 본격적인 단일화 수싸움 전 기선제압에 들어갔다. 이준석 당대표는 "주말 이전에 아마 어떤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안 후보에게 13일 후보등록일 전에 거취를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낸 데이어, "저희 정보로 판단해서 선거를 완주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안 후보의 '철수'를 재차 압박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입장이 선회했다.

 

윤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액션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단일화에 긍정적인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경선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결정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 대신 정치적 담판 형식인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사례를 단일화 모델로 염두에 둔 윤 후보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 합쳐서 갈 수 있으면 가자는 것(7일)", "서로 신뢰하고 정권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9일)" 등의 잇단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안 후보가 "진정성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데도 단일화의 불씨를 점점 키워가고 있다.

 

대선 '투톱'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나란히 외연확장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일각에선 다른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가 중도, 보수 인사와 회동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비호감 요인으로 지목되는 독선, 독단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후보가 자신과 결이 다른 쪽도 포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진영을 뛰어 넘어 통합을 이룰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우상호 의원도 "이상돈, 김종인, 윤여준 이 합리적인 보수 진영의 지도자급 인사를 만나는 이 행위가 후보가 유권자에게 보내는 신호 아니겠나"라며 합리적 보수 성향의 지도자급 인사들을 계속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 후보는 앞으로도 외연 확장을 위해서 통합인사들을 찾아뵙고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