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흔히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는 여러 정치적 현안들과 맞물려 그 어떤 해보다 격렬히 요동칠 전망이다. 우선 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결정이 1분기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이와 맞물려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의 분화와 제3지대의 형성, 조기 대선에 따른 정치적 이합집산 등이 어떠한 파급력을 만들어낼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헌재 결정 예단할 수 없어
서구에 비해 짧은 민주주의 역사와 스스로 싹튼 것이 아닌 해방 후 강대국의 논리에 의해 이식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군주와 동일시해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영역으로 치부해 왔던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보며 대통령도 이제는 임기 5년의 ‘대통령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대통령 한 개인만이 물러나면 될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정치세력들, 특히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을 만들어낸 집권 여당과 보수 세력 또한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로 일컬어지는 세력, 연령대로는 장년층과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탄핵결정이 어떻게 나든 혼란은 불가피할 예정이다. 따라서 촛불을 든 수많은 국민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탄핵결정이 조기에 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헌재는 지난 12월20일 브리핑을 통해 “재판관회의에서 22일 제1회 준비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며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수사기록 요구에 대해 낸 이의신청 결정도 준비기일 때 결정 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준비기일에서는 박 대통령과 국회 측 대리인단이 참여해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한 쟁점이나 증거를 정리하고 향후 변론절차를 논의한다. 다만 준비기일이 단 한 차례로 끝날지는 유동적으로 국회 소추위원과 박 대통령 측의 준비나 진행상황에 따라 횟수나 종료 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헌재에 의한 탄핵결정 자체도 하나의 재판이기 때문에 판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적절성을 지켜야 한다. 특히 양측의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이 상반되기 때문에 재판의 일반적인 특성상 시국이 급하다고 서둘러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의뢰인을 위해 최대한 이점을 이용하여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소한의 내년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일방적으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촛불을 든 수많은 국민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탄핵결정 또한 ‘인용’으로 날지 ‘기각’으로 날지 예단하기 어렵다. 헌재의 탄핵여부에 대한 판단의 근거는 ‘민심’이 아니라 ‘법의 프리즘’을 통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검찰의 수사가 재판에 의해 확정된 것도 아니고, 특검의 수사 또한 이제 시작되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헌재가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정하고 판단할 지는 판결이 나와야만 알 수 있다. 또한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국민담화와는 다르게 ‘버티기 모드’로 일관하고 있고, 금방 무너질 것 같던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가 원내대표를 새로 구성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일반 국민들이 보는 시각과는 다르게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치 개편... 제3지대 성공가능성 농후
20대 국회를 구성하면서 예상을 뛰어넘은 국민의당의 선전으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구조가 변화를 맞이했다. 또한 투표를 통해 대의권을 행사하던 것을 넘어서 ‘촛불’을 들고 직접 의사를 표현했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따라서 과거의 인위적인 정치 개편을 넘어서 새로운 정치세력 즉 제3지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와 더불어 새누리당의 비박계 의원 35명이 12월27일 ‘집단탈당’을 결의함에 따라 단순한 원외 세력이 아닌 국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3지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즉 과거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던 제3지대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할 수 있다.
다만 제3지대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리더 즉 정당의 목적은 정권을 잡는 수권정당인데 대통령으로 내세울 확실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새누리당의 분당세력과 기존에 있던 개헌을 위시한 원외세력들이 서로 공존하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면화할 가능성이 크다할 것이다. 보수를 대변하는 유력한 후보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떠한 행보를 보이느냐가 제3지대의 폭발력과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례로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난 반기문 총장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 따라 자신의 거취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많은 의원들이 새 한국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찾고 있다”며, “반기문은 한국인으로서 가장 넓은 눈으로 세상을 봐 온 사람이자 글로벌 스탠다드를 아는 사람으로 그런 사람에게 새로운 한국의 길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차기 대권은 누구에게?
현재 시점의 여론지지도를 보면 유력한 대권 후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도이다.
지난 19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12~16일 전국 성인 2528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 전 대표는 전주보다 0.6%포인트 오른 23.7%를 기록, 7주 연속 선두를 지켰다. 이어 반 총장이 전주보다 1.7%포인트 오른 20.5%를 기록, 7주만에 20%대를 회복하며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다시 오차범위 내로 좁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4.9% 를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지켰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8.3%, 안희정 충남지사(4.3%), 박원순 서울시장(4.2%),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3.4%), 오세훈 전 서울시장(2.9%), 유승민 의원(2.2%) 등의 순이었다.
지지율로만 보면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총장의 양강구도속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대권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그간의 잠행을 벗어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며, “가장 중요한 출발은 대통령과 그 주변의 권위주의 문화가 청산되는 것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또한 “섀도캐비닛(예비 내각) 같은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 것인지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권을 같이 할 내각을 미리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과 본인의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 이명박-정동영 대선 때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또한 지난 20대 총선에서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잃은 지지도를 회복하지 못했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의 피로감과 더불어 생각외로 많은 안티세력을 어떻게 극복하고 끌어안을지가 관건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직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건재할 때 그간 복수의 친박계 중진의원들에 의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점으로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특히 유엔사무총장의 업무수행상 국내에 독자 세력을 미리 구축할 수도 없었기에 분당이 된 새누리당으로 갈 수도 없고, 아직 보수의 가치를 내건 제3지대도 형성되지 않았기에 당분간 정치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탄핵심판이 예상보다 빠르게 인용 결정이 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보수표 결집과 세력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혹자들에 의해 한국의 ‘트럼프’에 비유되고 있다. 거침없는 언변과 단식 투쟁까지 서슴치 않는 행동력으로 짧은 시간안에 대선후보 빅3로 도약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기성 정치인에 피로감을 느낀 국민들의 지지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에서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해야 하나, 당내 조직과 개인 지지도에서 모두 열세를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벗어나 제3지대와 연합해 본선을 치룬다면 의외의 다크호스로 부상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으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어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과거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후 독자적으로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해 500만표라는 소기의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그 이후 대권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하고 기초단체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뒤쳐져 있다. 특히 지차체 선거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처음 정계에 입문했을 때의 신선함이 사라져 다른 후보군들과 다른 선명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기반을 닦는데 일조했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기에 제3지대와의 관계설정에 따라 얼마든지 유력 후보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는 대한민국 정치상황이 그 어떤 해보다 격렬히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새해 경제전망 및 국제 상황 모두 밝지 않아 국민들의 삶은 올해보다 더욱 고단해질 가능성이 크다. 누가 되었든 현명한 정치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추운 겨울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내몰 것이 아니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삶이 윤택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 새정치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