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여행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무조건 ‘패키지여행’ 상품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여행 경험이 축적되면서 보다 개인적 기호에 맞춘 구체적 여행지를 선택하고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못지않은 모험을 즐긴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꽃보다 할배’ 열풍 선도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시니어들이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84.5%가 ‘여행’을 꼽았다. 50세 이상 시니어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다.
노인들의 배낭여행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특히 능동적이며 활동적인 여행이라는 시니어들의 잠재된 욕구를 대리 충족시키며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선도했다. 방영 시기에 30~40대들은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이 맡았던 ‘가이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에 시달린다는 토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꽃보다 할배’는 시니어들의 로망을 구체화시켰고, 시청자들은 재현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 것이다.
이는 실제 시니어 여행객의 급증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2014년 10월 한국관공사에 따르면 ‘꽃보다 할배’가 방영되던 시기인 2013년 7~8월에 18만 2696명에 달하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해외여행을 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2.3% 늘어난 규모로 TV시청이나 문화예술 스포츠 관람 등의 활동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다. 배낭여행 성수기임에도 60세 미만의 해외여행객 증가율이 5.6%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시니어의 여행 행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꽃보다 할배’는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돼서 같은 효과를 이끌어냈다. 시니어 배낭 여행객의 급증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신한 트렌드 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시니어 여행객의 증가가 나타났다. 최근 5년 사이 60대 이상 고객의 해외여행 카드결제 금액 증가율은 100%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증가율이 높았던 30대(89%)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수치다.
지적 호기심 채우기 위한 체험여행
시니어들의 여행스타일 변화도 이 시점에 급속화됐다. 익스피디아의 조사에서 대학생들처럼 배낭여행을 떠나는 ‘시니어 배낭여행족’에 대해 응답자의 87.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10명 중 7명 이상에 해당하는 72.2%는 시니어 배낭족이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자녀들이 보내주는 효도관광(12%)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여행지를 찾아보는 주도적인 여행(88%)을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3.8%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대신 항공과 숙박을 개별적으로 예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스피디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보가 없어 패키지여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를 얻게 된 액티브 시니어들은 여행사 패키지가 아닌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으로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예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는 작년 11월5일 킨텍스 부대행사장2에서 열린 제4회 실버산업전문가포럼(KAPASS)에서 제시한 트렌드와도 상통한다. 이날 포럼에서 2016년 시니어 비즈니스 7대 트렌드의 하나로 ‘교육탐험여행(educational travel)’이 제시됐다. 역사나 문화에 흥미를 갖고 있는 시니어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체험여행이나 모험을 의미한다.
여행사들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자유여행과 가이드 투어를 반반 섞은 신개념의 여행 상품을 다량 내놓으며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과거와 달리 오지 여행이나 바이크 캠핑 암벽등반 등의 자신의 취미와 연결된 특별한 테마 여행을 즐기는 시니어들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야간열차를 타거나 도미토리 또는 천막 숙소에서의 취침 등 젊은 사람들처럼 여행에서의 불편함도 기꺼이 감내하는 파격적 형태를 선택한다.
‘모노 데스티네이션’ 선호도 높아
과거 장년층 노년층들은 최대한 많은 국가와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을 선호했다. 패키지 상품들이 서로 많은 나라나 도시를 방문한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은 이 같은 선호도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점차 시니어 여행 스타일도 변화해 한 나라만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모노 데스티네이션(Mono Destination)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익스피디아의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의 시니어가 모노 데스티네이션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도 과거와 달리 다양해졌다. 자율여행을 선호하는 시니어 여행객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영국 독일 체코 등이 위치한 유럽(42.2%)이었다. 뒤를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있는 오세아니아(17.2%)와 미국 캐나다가 있는 북미(11.4%)가 2, 3위를 차지해 비교적 먼 나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선택 이유에 대해서 많은 응답자들은 ‘가본 적 없는 곳이라서’ 가보고 싶다는 답변을 했다. 유럽과 오세아니아, 북미 등은 아시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기 어려운 지역이다보니 이런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여행 프로그램에서 접하고 가고 싶어졌다는 답변이 많았으며, 유럽의 새로운 문화와 중세의 예술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어서, 역사 기행 등 학구열을 불태우는 답변들도 있었다. 지인들이 갔다와서 좋다고 해서, 비행시간이 짧고 식사가 입맛에 맞아서, 수평선 넘어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궁금하다 등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동기로 여행욕구를 자극받은 시니어들이 직접 정보를 수집해 여행을 떠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