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통령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대다수의 정권의 레임덕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가시화된 것을 보면 이례적인 일로, 박근혜 정부는 레임덕을 벗어나 존폐여부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내몰렸다.
홀딱 벗겨진 대통령...‘측근’이라는 者들의 각자도생
최순실 사건이 종편을 중심으로 집중 부각된 이후 과거 ‘친박’이라고 불렸던 인물 내지 세력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사라졌다. 단순히 사라진 것을 넘어 어떤이들은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그들만의 정치를 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이 사건의 중심에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최근 측근들에게 “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것”이라며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실제로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현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챙겨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해온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역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의 친분관계,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제가 잘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당시 박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다녀왔는데 이 때 최순실씨 부부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실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최씨를 모른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맡으며 ‘朴의 여자’란 수식어를 갖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기간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힌 것도 최순실 사태의 직접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 발빼기’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하러 들어가고 나갈 때나 집무실에 다른 분이 계실 때 말씀을 나눈 적은 있다”면서도 “(박 대통령과) 독재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선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최순실에 대한 언론의 보도나 세간의 얘기는 들었지만 최순실이 정말 지금 보도되는 것처럼 교류를 했는지, 청와대를 드나들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2012년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며 밀착 수행했다. 박근혜 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무수석을 지냈고 지난 8월 개각 때 문체부 장관에 올랐다.
이번 개각 대상에 포함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달 동안 박 대통령과에게 대면보고를 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유 전 부총리는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지 않는다’는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면보고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던 것 같다”며 “최근 대면보고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 사태(최순실 사태) 때문에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때 ‘박근혜의 입’ 으로 통했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최순실의 존재는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도 알고 있었고, 친박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며 “그것을 몰랐다면 말이 안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보다 더 심한 얘기”라고 친박계를 비난했다.
거국내각구성 영수회담이 분수령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신임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에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함으로써 야당측 인사 지명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물론은 차치하고서라도 야당과 협의는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과도 긴밀한 소통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효과만 커지고 있다. 이후 단행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의 비서실장 임명 역시 야당에 몸담았던 인사이기는 하나 소통과정이 없었던 점에서 아직까지는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또다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며 “이미 마음으로는 (최순실 등과의)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 돼,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정국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어느 정도 진정성을 가졌는지, 이후 검찰수사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적극 협조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여야 소통을 강조한 만큼 이후 이어질 영수회담에서 야당의 요구를 얼마만큼 수용하느냐에 따라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수습국면으로 갈지 아니면 파국으로 갈지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강경 기조이기는 하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퇴로는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영수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거국중립내각 구성 의지를 밝힘에 따라, 영수회담 결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수용된다면 생각보다 빨리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돼 이번 사태가 마무리 수순으로 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