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민생국회는 어디로 가고…

강민재 기자  2016.09.02 18:00:05

기사프린트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민생국회’ 와 ‘협치’를 내세운 20대 국회는 추경예산하나 적시에 처리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 첫 정기회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빌미로 새누리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 및 의장실 점거 등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정세균 의장 못할 말 했나?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현재 시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 개회사에서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우 수석 퇴진을 공개 요구했고,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드배치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직접 지적했다. 또한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부정과 부패를 보면서 더 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 신설을 미뤄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러한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하며 본 회의에서 집단 퇴장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국회의장의 온당한 사과와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모든 20대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떻게 이런 국회의장을 믿고 정기국회, 20대 국회를 맡길 수 있겠냐”며 “배지도 달지 않고 단상에 오르더니 기껏 한다는 개회사가 사드 반대, 공수처 설치 등 여당이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비난하며, 국회의장 사태 결의안을 들고 나왔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강성야당일 때도 이렇게 안 했는데 뭐하는 짓이냐”며, “아예 개원 정기국회 개회를 거부하는 게 어디 있냐”며 이같이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과거에 국회의장이 야당에게 충고를 한 적도 있다”며 “그러면 끝나고 의장실로 원내대표단이 가서 항의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다음부터 말씀을 주의해 주십시오’하고 그 다음에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거지 저런 식으로 박차고 나가고, 국회의장은 말도 못 하고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 이례적 발언… 왜?


국회의장은 어느 정당의 소속이 아닌 중립적 위치에서 국회를 이끌어가는 입법부의 수장이다. 그러나 정세균 의장의 이번 20대 정기국회의 첫 개회사는 이례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확연한 사안에 대해 직접 지적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소위 ‘대권병’의 발로로 보고 있다. 물론 정세균 의장이 의장이 되기 전에는 대선주자 중 한명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현재는 입법부의 수장이 된 만큼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기는 논리적 비약이 심한 감이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즉흥적 연설도 아니고 원고를 써서 수차례 독해를 거쳤을 텐데 그럼에도 이렇게 한 것은 그야말로 국회, 국민 무시, 야욕과 욕식을 채우기 위한 테러”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계산된 정 의장의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현재 여소야대의 정치적 지형과 정세균 의장의 국회 역할에 대한 소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우선 이전의 국회의장은 주로 여대야소의 정치지형에서 여당의원이 맡아 왔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현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권력다툼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었고, 모든 현안에 대해 꼭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이전의 국회의장은 여당의 입장에서 야당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현 정치지형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없어졌다.


또한 헌법상 삼권분립이 되어 있는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국회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소신도 있어 보인다. 이는 개헌문제만 봐도 그러한 방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정 의장은 박근혜 정부가 논의 자체도 꺼려하는 개헌문제부터 국회 주도로 진행하길 공개적으로 천명해 왔다. 또한 이번 개회사에 논란이 된 우병우 수석 문제,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의 문제점, 공수처 도입 문제 등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에 제대로 된 의견 조차도 전달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이는 의장 본인이 생각한 국회의 모습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 하다. 이는 개회사에서 “국회의장을 영어로 ‘Speaker’라고 합니다.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Speaker인 것입니다”고 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의 권위를 강화하는 차원의 순수한 의도와는 다르게 내년 정권교체를 향한 주도권 잡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식으로 국회의장 주도 하에 국회가 운영된다면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계속 끌려다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국회 보이콧 및 의장실 점거라는 반발은 이러한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생국회…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금 이순간에도 국민들을 위한 민생을 외치고 있다. 특히 그간의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된 추경안은 이번 사태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경 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부터 각종 청문회까지 국회 일정은 줄줄이 이어져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말로만 떠들던 ‘민생’과 ‘협치’가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