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언론 지형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언론의 권력과 자본에 대한 유착은 더욱 교묘해졌다.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적어지고 온라인으로 뉴스소비가 활성화되면서 ‘포털’이 언론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언제부턴가 뉴스는 고발과 폭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랑말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휴지통에 버려지는 한없이 가벼운 것으로 전락해갔다. 그 과정에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치 판단 없는 보도… 책임 회피
기득권의 권리 보존을 위한 부조리한 시스템 구조에 대해 대중이 눈을 뜨면서부터 정계 재계 언론의 커넥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았다. 기자들은 ‘기래기’로 불리기 시작했고 한국사회 기득권들의 부당거래를 묘사한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가장 악질적인 캐릭터로 언론인이 표현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KBS에 대한 직접적 언론 개입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브렉시트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 또한 언론에 대한 책임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가치 판단 없이 거짓된 선전선동까지 여과 없이 ‘균형’이란 이름으로 그대로 전달만하는 것이 ‘과연 언론으로써 옳은 행동인가?’하는 지적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책임은 세계적인 화두다. 양측 입장의 균형 잡힌 전달, 사실 그대로 알려주는 행위만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다. 언론이 교묘하게 자본과 밀착하며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나라를 망하게 만든다는 비난이 세계 각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 언론이 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 추락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언론 신뢰도는 각종 지표에서 지속적인 하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리포트에서도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한국 언론진흥재단이 파트너로 참여하기 시작한 이 연구는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총 26개국의 뉴스 소비 현황을 비교한 내용이 담겨있다.
애독자 비율 최하 수준 뉴스 신뢰도는 26개국 중 23위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을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한국은 2.89점으로서 프랑스(2.86)나 미국 (2.85)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는 핀란드(3.57), 포르투갈(3.46), 캐나다(3.41) 등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 뉴스에 대한 신뢰 응답은 35세 미만 밀레니엄 세대에서 더 낮은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한국의 밀레니엄 세대 응답자 중 10%만이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 한다’는 질문에 찬성을 표시했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41%였으며, 나머지 49%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이었다. 반면, 35세 이상 한국 응답자 중 28%는 같은 질문에 찬성을 표시했고, 반대 의견은 25%,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의견은 46%였다.
이외에도 한국 대중들은 뉴스에 무관심한 편이고, 연예 생활문화 등 연성기사를 주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소비 성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뉴스 애독자’는 뉴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하루에 5회 이상 뉴스를 실제로 접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고, ‘일반 이용자’는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하루에 1회 이하로 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다. ‘단순 열독자’는 뉴스 애독자와 일반 이용자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의 뉴스 애독자 및 단순 열독자 비율은 26개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개국 전체에서 뉴스 애독자 비율은 18%였고 한국은 8%로 24위였다. 단순 열독자 비율도 26개국 평균이 44%인데 반해 한국은 40%였다.
일본과 더불어 연성뉴스 관심 가장 높은 나라
한국의 뉴스 이용자들은 정치 국제 지역 뉴스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준 것은 지역 뉴스였다. 지역 뉴스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응답은 26개국 전체 합산 수치가 63%였지만, 한국은 35%에 불과했다. 국제 뉴스 및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도 26개국 합산 수치는 각각 51%와 48%인데 비해 한국은 34%에 그쳤다.
한국 뉴스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뉴스는 경제 생활 문화 연예 뉴스로 나타났다. 생활 뉴스는 한국이 50%, 26개국 합산이 22%로서 가장 큰 격차를 보여주었다. 연예와 문화는 한국이 각각 30%와 29%로 26개국 합산수치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높았다.
경성뉴스와 연성뉴스에 대한 관심을 국가별로 나누어 계산해 보았을 때,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경성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낮고, 연성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포털로 소비 비율 최상위권
온라인뉴스를 소비할 때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는 비율은 한국이 48%로서 26개국 중 가장 높았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과 이용시간은 전 세계에서 최상위권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도 마찬가지지만, 온라인뉴스 이용도 스마트폰에 집중되는 경향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한국 다음은 스웨덴(46%), 스위스(42%) 등 순이었으며, 이들 3개국은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뉴스 이용이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뉴스 이용을 추월한 나라들이다.
한국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서비스다. 뉴스를 소비할 때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물었을 때, 포털 및 검색 서비스가 뉴스 소비의 출발점이라는 응답의 비율은 한국이 60%로 터키와 폴란드에 이어 26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한편, 언론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이 뉴스 소비의 출발점이라는 응답에 있어 한국은13%였다. 이는 26개국 중 일본(12%)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