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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소식] 미술사를 가로 지르는 철학의 모험

철학과 역사, 문학과 예술 등과 연관된 의미를 탐색한 '미술 철학사'

정춘옥 기자  2016.03.02 09: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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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르네상스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술사를 욕망의 계보학으로 정리한 강원대 철학과 이광래 교수의 ‘미술 철학사’. 저자는 무려 8,400매에 이르는 원고에 미술사를 가로지르는 철학의 모험을 담아냈다.

다양한 문헌들을 망라하고 소화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달리 보인다”. 이 때문에 세상에 대한 표현 양식이 달라지며, 결국 새로운 시대가 새로운 미술을 낳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라캉, 푸코, 데리다, 들뢰즈, 프로이트, 라캉 등의 철학자와 심리학자,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정치, 사회, 종교, 문화에 관한 다양한 문헌들을 망라하고 소화해 미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시도한다. 철학을 미술의 한복판으로 가져와 논리적 언어로만 정리돼 왔던 철학이 감성적인 미술의 분야에 어떻게 작용하였는지를 중층적이고, 복선적이고, 입체적으로 확인한다.
 저자는 시대마다 미술가들이 시도한 욕망의 가로지르기가 성공한 까닭에 대해 철학과 역사, 문학과 예술 등과 연관된 의미들을 통섭적으로 탐색한다. 각각의 미술가들이 어떠한 철학에 영감을 받았는지, 그것을 개인적이고도 심리적인, 역사적이고도 사회적인 고뇌들과 함께 어떻게 소화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는지 살피고, 시대와 공간을 가로질러 존재했던 수많은 미술가들이 미술의 본질을 어떻게 새롭고 다양하게 정의해 왔는지, 그리고 그런 활동들이 시대와 사회에 어떻게 합류하여 커다란 역사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규명한다.

‘욕망의 고고학’에서 ‘욕망의 계보학’으로

 저자는 미술 철학사를 ‘고고학적’인 미술 철학사와 ‘계보학적’인 미술 철학사로 구분한다. 사회적 구조와 질서가 조형 욕망의 표현을 억압해 미술가의 표현이 기계적이었던 시대를 ‘고고학적 시기’라 명명하는데, 이 시기는 고대에서부터 르네상스에 이르는 시기다. 균형과 조화, 비례, 대칭 등의 개념들이 지배한 이 시기의 미술은 저자에 따르면 ‘예술적 유적지’ 혹은 ‘역사적 증거로 남겨야 하는 유물’일 따름이다. 이 시기에 철학은 빈곤했거나 아예 부재했다.
 반면 ‘욕망의 고고학’과 미술 철학사와 상반되는 ‘욕망의 계보학’으로서의 미술 철학사는 르네상스 이후부터 점차 그 서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르네상스는 철학의 부활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저자는 이 시기에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 전환되는 ‘인식론적 단절’이 시작됐다고 본다. 미술과 미술가들이 비로소 의도적, 자의적, 자율적으로 철학을 지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가 ‘미술 철학사’를 선사 시대나 고대가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앙리 마티스는 “모든 예술가에게는 시대의 각인이 찍혀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예술이 시대의 사상이나 과학, 사회, 정치와 예술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18세기 정치와 시대상을 비꼰 고야의 끔찍한 풍자화, 19세기 과학의 집약적인 발전에 영향을 받은 쇠라의 점묘화, 20세기 자본주의에 의한 워홀의 대량 실크 스크린화 등과 같이 예술가들의 정신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역전시키거나 다른 방향으로 이끌거나, 아니면 그 흐름 자체를 더 잘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뭉크가 당시의 끔찍한 전쟁을 외면하고 내면의 세계로 파고듦으로써 ‘표현주의’라는 사조의 탄생에 앞장 선 것처럼 아무리 시대를 도외시한다고 해도 예술가들은 ‘시대의 각인’을 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