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속에 나타난 상징성
태양이 뜰 때를 예견하는
상서로운 예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띠해다. ‘닭’은 예로부터 새벽을 알리는 존재로 여겨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양우의 시에서 인용해 유명해진 민주화의 필연성에 대한 격언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어둠을 밝히는 ‘닭’의 희망적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
국립민속박물관은 ‘닭’의 민속적 상징성을 알아보는 학술대회와 함께 2017년 2월20일까지 ‘정유년 새해를 맞다’ 특별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변상벽(卞相璧)필(筆)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를 비롯한 닭과 관련된 회화, ‘닭 모양 연적’과 제기 다리미 같은 생활용품 등 총 50여 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전시 작품을 살펴보면 닭에 대한 집단 감수성이 드러나 있어 흥미롭다.
십이지 중 열 번째 동물인 닭이 한반도에 자생하기 시작한 것은 문헌상으로 삼한시대 이전부터라고 보이나, 닭이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나타나게 된 것은 ‘삼국유사’에서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라 건국신화에서부터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고,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도 물러간다고 여겨졌다. 즉 닭의 울음은 시보(時報)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귀신을 쫓아내는 축귀(逐鬼)의 능력이 있어 빛을 불러오면서 액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벽사와 축귀의 의미로 닭그림을 대문에 붙이거나, 닭피를 발라 안녕을 비는 풍습은 이 같은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닭은 태양이 뜰 때를 예견하는 예조(豫鳥)로서 추앙을 받거나, 볏의 모양이 마치 관(冠)같다 하여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병아리를 돌보는 모습에서 자손번창의 기원을 담기도 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서, 그 우렁찬 울음소리는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으로 받아들여지게 했다.
오덕(五德)을 지닌 닭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1부: 서쪽을 지키다’, ‘2부: 오덕(五德)을 품다’, ‘3부: 일상을 함께하다’로 구성된다.
‘1부: 서쪽을 지키다’에서는 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5시에서 7시를 가리키는 십이지동물인 닭의 역할과 의미를 ‘십이지 신장 닭 그림’, ‘앙부일구(보물 제845호)’ 등을 통해 살펴본다. 십이지 신장(神將)은 불교의 약사여래(藥師如來,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모시는 열둘의 장수로, 그 중의 세 번째인 미기라 대장(迷企羅, 범어 Mihira)은 닭의 모습이다.
‘2부: 오덕을 품다’에서는 오덕을 지닌 닭을 조명한다. 조선 후기 하달홍(河達弘, 1809~1877)은 축계설(畜鷄說)에서 한시외전(漢詩外傳)의 고사(故事)를 인용해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했다. 변상벽의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 ‘계명도(鷄鳴圖)’, ‘닭 모양 연적’ 등의 작품에는 오덕(五德)을 지닌 닭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3부: 일상을 함께하다’에서는 ‘계이’, ‘수젓집’, ‘닭 다리미’, ‘계견사호 목판(鷄犬獅虎木版)과 닭 그림’ 등 여러 생활용품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동물로서의 닭을 소개한다. 닭은 부귀공명을 상징해 일상품에 흔히 장식돼왔다.
현대적으로 재해석
현대미술에서도 ‘닭’은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다. ‘닭띠해’를 맞아 관련 전시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보다아트센터에서는 우리 고유의 십이지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해 ‘십이지’ 전시를 기획했다. ‘십이지’ 시리즈 첫 전시는 닭을 주제로 한 ‘다.다.닭!’전이다. 2017년 1월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닭의 전통적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 이상원미술관에서는 2017년 4월16일까지 이상원 작가의 ‘대자연-닭’ 연작 34점을 전시한다. 한지와 먹, 유화물감을 뒤섞은 독창적 표현으로 역동적이고 강인한 ‘닭’의 긍정적 이미지를 담았다. ‘새해’의 희망을 강렬하게 전하는 작품들이다.
한국만화박물관이 준비한 송구영신 카툰 전시 ‘꼬끼오’가 2017년 1월30일까지 4층 카툰갤러리에서 열린다. ‘꼭이오’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전시는 한국카툰협회 소속 작가 29인이 그린 닭을 소재로 한 5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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