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없는 중국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

2000.11.30 00:11:11

신용없는 중국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

행정부패 다음세대까지… 환경문제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져

각 나라마다 고정적으로 자리잡은 몇가지 오염이 있다. 중국역시, 할 이야기들이 많다. 중국정부에서 현재 가장 골치아파하는 문제는 역시 환경오염과 인구정책이다. 인구문제에 관해선 지난호에 이미 짧게나마 언급했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중국사회에 어떤문제들이 있을까?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 이라면, ‘권력부패’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것이다. 맞는 생각이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권력오염’이라 부르는데 중국인들이 한번쯤 격분해하는게 있다. 그것은 최근 몇년간 새롭게 자리잡은, 바로 부패의 고층화 현상이다. 부패의 범위도 갑작스럽게 넓어진 상태인데, 이틀에 한번꼴로 상부의 고위관리가 처벌되고 있다는 1997년 상반기의 통계보고 자료가 있다. 올해는 부패를 몰아내야 한다는 움직임 속에 고위관리부터 처리대상이 되었다. 한 예로 중국 전국인민대회당 부위원장이 뇌물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관리직을 돈으로 사고 파는일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제는 부패가 무슨 제도나 관례처럼, 중국인들 마음속에 하나의 투자방식의 사유이념쯤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보통사람들한테 눈에 비춰지는 권력부패문제는 그래도 좀 나은편에 속한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부패의 오염은 상상하기도 힘들다.이렇게 권력의 남용앞에서 정부의 “무방비 상태”는 더욱 국민들을 힘빠지게 하는 현실이다.

얼마전 심전특별시(현재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에서 한 어린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있은 며칠뒤, 각 부문간에는 한바퀴 돈이 돌아가고, 갑자기 이 사건에 관한 조사를 무마시켰다.

이런일들은 전형적인 예에 지날뿐이라, 역시 중국인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우스개소리로, 수술대위에 올라간 환자는 의사한테 준 봉투속 내용물이 적지 않을까 걱정하고, 사람을 모집하는 모 회사 사무실에서는 서로 누가 더 돈을 많이 냈을까 초조해 한다고 이야기 한다.

권력숭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보여, 직장에서의 권력남용은 비단 어느 누구와 좋은 관계를 넘어서서 행정부패를 다음세대에 잇고 있다. 일단 장악해 놓은 권력은, 다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유효기간이 길다.

중국의 소시민은 말한다. “행정이든, 직장에서든 권력을 갖고 있는 자는 모두다 부패자나 다름없다”.

신용 없는 사회의 괴로움

신용없는 사회에서 생활의 변화는 어쩐지 의심쩍기만 하다. 모든사회 구성원은 이 신용없는 사회의 괴로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우유를 마시며 한번쯤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 물섞인 것 아냐?’

담배를 피울때는 가짜담배가 아니냐고 한번쯤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중국사람들 조차도 물건을 살 때마다 물건에 대한 미심쩍은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필자가 중국에 처음와서 자전거를 한대 사는데 쓴 돈이 한국돈으로 약 3만원도 되지 않아 너무 싸게 느꼈지만, 일주일도 안돼서 고장나는걸 보고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매번 고칠때마다, 필자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번엔 일주일 정도 탈 수 있을까?”

경찰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모두가 다 경찰이려니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다. 그리고 여행사없이 혼자 여행할 관광객들을 위해 일러둘 말은, 택시(TAXI)라는 푯말이 달려있다고 모두 택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점은 정말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중국사회에서 쉽게 발견되는 ‘신용오염’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중국엔 가짜돈이 정말로 판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필자는 아직까지도 진짜돈과 가짜돈을 구별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저 햇빛에 비춰봤을때, 느낌이 꺼름직하지 않으면 그냥 받고 만다. 우리나라에서 가짜돈이 발견되면 당장 9시 뉴스거리가 되지만, 중국은 너무 허다한 일이기에 신문에 단 한줄도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

한번은 필자가 서점에서 책을 사고 돈을 내는데, 서점주인은 미심쩍었던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겨우 받아넣었다. 중간에 필자가 “방금 은행에서 환전해갖고 나온돈이라 안심해도 돼요!”라고 말하자 주인은 비웃으며 “저두 예전에 은행에서 돈을 찾는데, 가짜돈이 섞였어서 은행도 못믿어요, 이젠!”,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진짜’란 단어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우스개 소리에 불과하지만, 지금 중국사회를 지켜볼때, 결코 그냥 웃고 지나치기만은 힘들다. 1998년 중국의 전국법원에서 신청받은 안건중에는 경제분규와 채권·채무·민사 분규안건이 289만건, 법원에서 접수된 건수중 전체 51%를 차지한다. 연간 사기 사건은 30%를 초과한다. 중국 소비자 협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중, 1998년 68.4%가 넘는 중국 소비자들이 상업적 속임을 당한 피해 사례가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사회, 국제, 정부 이 모든 분야는 서로 영향이 지대하게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경제 신용의 상실은 사회전체 신용을 하락시킬 뿐 아니라, 국제 신용까지 바닥으로 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은 경제손실로 이어져

중국의 환경오염에 대해서 논하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매년 봄마다 몽고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때문에 중국의 북방 사람들, 특히 북경사람들은 한바탕 난리를 겪는다. 특히 올해 봄엔 그 정도가 더 심했다는데, 이 황사바람에 대해 안일한 북경사람들은 올해 봄 황사에 대해선 좀 더 놀랬던것 같다. 필자역시 봄의 일이 생생히 기억난다. 슈퍼에만 다녀와도 까만 흙더미에서 구른 것 같아 꼭 한번씩 비누로 세수를 해야만 했다. 북경에서 봄을 지낸 어떤 고운 머릿결의 한국 여인네들도 한순간에 빗자루가 되어버린다.

처음 북경에 왔을때, 필자나 다른 나라에서온 유학생들은 길거리에서 파는 양꼬치를 좋아했다. 양꼬치란 말그대로 양고기를 고치로 만들어 숯불 위에 구운다음, 그 위에 매운 향료같은 것을 뿌려먹는 것인데, 어느 동네를 가봐도 이걸 생계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북경 현지인들이나 외국인들 모두한테 인기가 좋아서 제법 장사가 잘 되고 있었지만, 일주일에 두세번씩은 꼭 종적을 감췄다.

어느날 단골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어제는 왜 안나오셨어요? 먹으러 왔었는데…” “어제 경찰이 뜬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그렇다면, 이들이 무엇때문에 경찰을 피하는것일까?

바로 이 숯불연기가 환경오염이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환경문제와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중국사회과학원(중국의 권위있는 대학원)이 최근 공개발표한 내용중, 1995년 환경오염과 생태훼손은 중국에 1875억이라는 경제손실을 가져왔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액수는 그해 GDP 3.27%를 차지했으며, 이 발표가 있은뒤 중국사회는 환경문제가 나라발전의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차차 깨닫고 있는것 같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중국전문가들은 자원의 과도한 개발과 초창기 공업화때 빚어진부작용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중국에서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는 수도 천도론과 함께 이 세가지 오염 역시 중국사회가 풀어나가야할 문제가 되고 있다.



조동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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