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은북이 30년 전 밀리언 베스트셀러 ‘비밀의 동물 기록’ 정식 한글판을 출간했다.
다리 달린 뱀, 날개 달린 원숭이, 거북이 등껍질을 가진 새, 손과 발이 있는 조개, 켄타우로스가 나왔던 과학책을 기억하고 있는가. 책 중간에는 아르마딜로나 오리너구리 같이 실존하는 동물을 집어 넣어 그 진위가 더욱 아리송했던 그 책.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와 그의 조수 한스가 이상한 동물을 찾아가며 여행을 하는 내용을 담은 어린이 책,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는 원래 ‘FAUNA SECRETA (비밀의 동물지)’라는 제목의 개념미술 전시 내용을 정리한 책을 정식이 아닌 방법으로 들여와 만들어진 책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진은 물론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이라는 사람까지 모든 것이 스페인의 개념예술가 호안 폰쿠베르타와 그의 동료인 페레 포르미게라의 창작물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 보고서가 아닌 과학적 개념을 비트는 개념 예술서로 이해된다.
전시회 ‘FAUNA SECRETA’는 사진 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의 노트 독일어 원문과 영어 번역본, 엑스레이 사진과 해부도, 이상한 동물들의 박제 뿐만 아니라 동물의 울음소리 테이프까지 포함해 정교하게 기획됐다. 1989년 바르셀로나 자연과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한 20~30대 관람객 중 30%가 이 동물들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한국에서 과학책으로 오인해 출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책을 접한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는 과학 교양서로써 무려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구매자 중에는 실제로 새로운 동물들을 발견하고 싶어 세계 여행을 꿈꾸거나,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고 싶어했던 어린이가 많았다.
출판사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학서 분야로 분류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 같은 멋진 생물학 책을 모사한 이 책을 발판으로 딛고 눈을 돌려 실제 세상의 다양한 동물들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멸종종이 늘어가는 현재 세상에서 어쩌면 이 책은 환경 파괴와 멸종에 대한 고민을 뒤틀어 보여주는 책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작가의 원래 의도를 살려 당시의 오해를 벗기고 원본 책의 형태를 새로이 알려주는 정식 한국어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