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4.10 총선 판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간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상승세가 뚜렷한 반면 민주당은 정체 내지 하락 흐름이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공천 잡음이 적고 민주당은 친문, 비명계 반발이 거세다. 또 4.10 총선 구도 변화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제3지대 빅텐트 통합 개혁신당은 결국 무산됐다. 4.10 총선 구도는 기존의 거대 양당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띄울 위성정당의 영향력도 제3지대의 존재와 맞물려 총선 성적표를 가를 변수로 분류된다. 의회권력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치고 있는 여야는 모두 ‘심판론’로 승패를 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심판, 민주당은 검사독재 심판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설 연휴 이후 국민의힘 상승세 뚜렷
설 명절 연후 이후 국민의힘 상승세를 나타내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 당지지도, 정권안정론 지지도 모두에서 완만하지만 상승국면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많다. 윤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 간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도 해소되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정당지지도 결과 추이를 보면 2월 1주차 조사에서 34%로 민주당(35%)에 1%포인트 뒤진 이후 2월 3주차, 4주차에서 37%로 민주당(31%, 35%)에 2주 연속 앞서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2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은 이전 조사 때보다 2%포인트가 올라 39%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1%포인트올라 31%,였다. 동일 조사에서 지역구 투표 정당은 국민의힘 35%, 민주당 33%, 비례대표 투표는 ‘국민의힘이 만드는 비례정당’ 33%,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 25%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 결과 추이도 비슷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줄곧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서왔다.
하지만 2월 1주차 조사에서 민주 45.2% vs 국민의힘 39.8%로 격차가 5.4%포인트로 좁혀졌고, 2주차에서는 민주 41.8% vs 국민의힘 40.9%, 3주차 민주 40.2% vs 국민의힘 39.1%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중도층만 떼어 분석해보면 아직 민주당이 우세한 조사가 많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부곤 데일리리서치 소장은 “양당의 공천 명단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향후 공정성을 둘러싼 당내 갈등, 현역 의원 탈당 이슈 등에 따른 지지율 변동 가능성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與 혁신·감동없는 공천?…“헌신·시스템 공천”
지난 21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천 신청자가 있는 242개 지역구 중 단수추천 99곳, 우선추천 4곳을 확정해 103명의 본선 진출자를 결정했다. 61곳은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고, 78곳은 결정을 보류했다. 공천 신청자가 있는 지역구 중 42%에 해당하는 103개 지역구의 공천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현역의원 컷오프는 비례대표인 서정숙·최영희 의원 둘 뿐이다. 지역구 현역의원은 아직 없다. 공관위가 공천 갈등의 핵심인 현역의원 탈락을 최소화하면서 잡음을 차단하는데 무게를 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국민의힘 공천 전략에 일각에서 감동없는 ‘무음공천’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현역의원 대부분을 경선 명단에 포함시켜 시스템 공천으로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공관위는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충남 홍성·예산 4선 중진인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 경북 경산 현역인 초선 윤두현 의원 등이 잇달아 불출마을 선언하고, 박진, 조해진, 서병수 의원 등이 당의 요청을 수용해 민주당 우세지역인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분위기를 잡은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 대부분은 현역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돼 특혜시비도 잦아들었다. 정호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부산 사하구을에서 5선의 조경태 의원과 맞붙는다. 성은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대구 서구 공천장을 놓고 현 김상훈 의원 등과 경선을 치르고, 김찬영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도 구미시갑에서 구자근 현역 의원과 대결하게 됐다.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성남시 분당구을에서 김민수 전 국민의힘 분당구을 당협위원장과 경선하고, 김보현 전 대통령실 부속실 선임행정관도 김포시갑에서 박진호 전 국민의힘 김포시갑 당협위원장과 경선한다.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구리시)과 신진영 전 행정관(천안시병)도 각각 경선을 치른다. 당내 경선에서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구 당조직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통령 참모 출신 인사 대부분이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 명단에 포함된 건 공천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출신이 단수공천을 받은 사례는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구갑), 이승환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서울 중랑구을),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경기도 안산시 상록구갑) 정도다. 서울 두 곳은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민주당 ‘시끄러운 공천’…“‘찐명’ 싸움, 민주당 위기”
국민의힘이 ‘조용한 공천’을 선택했다면 민주당은 ‘시끄러운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 현역의원 하위 10% 통보가 시작되면서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이 ‘공천 농단’,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지역 여론조사 과정부터 잡음이 이어지는 데 대해 실무 책임자인 조정식 사무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선정돼 사실상 컷오프된 노웅래(4선·마포갑) 의원은 이틀째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단식 농성을 했다. 김한정(재선·남양주을) 의원은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 “이 대표가 좀 더 완벽한, 더 강한 방탄 정당에 대한 옵세션이 있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이런 반발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동료 의원 평가에서 거의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공천 작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이 총선 국면 전에 요구했던 조정식 사무총장의 사퇴론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 공개 반발하는 의원들이 대부분 비명·친문계 의원인 것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말하는 ‘혁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친명계에서도 눈에 띄는 희생과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여야의 공천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발이 예상되는 지역구 상당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텃밭’인 서울 강남벨트와 대구경북, 부울경 상당수가 남아있다. 민주당은 친명계의 헌신과 결단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의 승리를 전망하면서도 여당의 공천과 관련해 “일단 큰 틀에서는 미흡하다. 학점으로 치면 ‘C’ 정도 줄 수 있다. 시대정신을 담는다거나 아니면 세대교체, 현역 물갈이, 여당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측면에서 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쪽은 중진들의 희생과 헌신을 압박하면서 낙동강 벨트, 한강 벨트에 이어 경기도 반도체 벨트까지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쪽은 누가 ‘찐명’이냐, 대선 책임이 어디 있냐로 싸우는 중”이라며 “민주당의 위기이자 이재명의 위기”라고 질타했다. 현재 판세는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있다는 데는 여의도 정치권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선거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것도 맞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기사에서 인용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