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왕순 칼럼】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적 책무를 지켜야 한다

2023.08.18 17:01:06

미 국방부가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공식화했다. 8월15일, Jtbc가 미 국방부에 확인한 결과 “‘일본해’가 공식표기가 맞다”, “‘일본해’라고 쓰는 건 미 국방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기관들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월 동해상에서 한미일 훈련을 실시하며, 훈련 장소를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표기했다.

 

‘일본해’의 표기는 단순한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동해에 있는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일본해’ 안에 있는 독도는 국제적인 영유권 분쟁에서 일본에게 유리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래 지향적 파트너 관계를 강조하는 사이에 ‘동해’는 사라지고 ‘독도’마저 ‘다케시마’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헌법 제66조 ②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대통령의 책무를 규정해 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일본해’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다시 ‘동해’로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군사‧안보적 동맹관계를 조건부로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해이자 영토인 동해를 지키고 독도를 지키는 길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이를 제기하고 변경을 촉구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일본해’를 고집할 경우 회담장에서 철수하는 것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토(영해)를 지키지 못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고, 국민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국가 운영 방향을 분명히 하고, 제66조 ③항에서는 “대통령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대통령의 책무를 규정해 놨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남북 대결을 부추기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핵 억지력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하고, 한미일 연합군사훈련도 전개하고 있다.

 

평화는 절대 무력으로 이룰 수 없다. 통일은 북한을 힘으로 고립시킨다고 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중러 협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중국은 북한의 식량문제 등을 도울 것이고, 러시아는 북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도울 가능성이 높다. 남북대화를 단절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으로 갈 가능성을 높이고,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리는 유엔군사령부 중심의 한미일 군사협력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유엔사령부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국제연대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유엔사령부는 자동적이며 즉각적으로 개입하도록 돼있다. 이 과정에서 전시작전권이 없는 대한민국의 허락은 필요 없다. 더 나아가 유엔사령부가 원하면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 아시아의 패권을 꿈꾸고 있는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재무장과 제2의 ‘정명가도’(征明假道 : 일본군이 명나라를 침략하고자 하니 조선은 명으로 가는 길을 빌려달라)인 ‘정중가도’(征中假道)를 명분으로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전쟁과 정전협정 이후 평화 유지를 위해 존재했던 유엔사령부는 내용적으로 해체된 지 오래다. 미국이 유엔사령부의 깃발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유엔사령부의 깃발 아래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재무장을 열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천만 주권 국가의 원수로서 헌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영토를 지키고, 평화통일을 추진하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패권 도전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권자인 국민은 위임한 권력을 회수할 수 있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현) 김대중재단 성남시지회 회장

(현)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전) 평화재단 이사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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