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왕순 칼럼】 역사와 민족의식 없는 외교·안보 정책의 위험

2023.03.17 17:16:32

우리는 역사의식과 민족의식 없는 외교·안보 정책의 처참한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나 배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일 ‘강제징용 해법’이라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수혜를 입은 16개 국내기업의 출연금으로 배상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은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오점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역사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식민강점의 비인간적인 폭력과 수탈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물질적 측면이고 또 하나는 정신적 측면이다. 물질적 측면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일부분 해소되었다. 그러나 정신적 측면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 국민이 당한 정신적 피해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정신적 피해는 말장난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가해자 일본의 명확한 사과가 있어야 해결된다. 그래야 반일 감정이 사라지고 미래로 갈 수 있다.

 

강제징용 배상 외에도 일본과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가 많다. 역사에 대한 사과의 당사자는 침탈과 수탈의 전범인 일왕이다. 식민 통치의 전범인 히로히토 일왕의 자손인 현 나루히토 일왕이 식민 침탈과 수탈에 대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피해자 배상은 1993년 고노 담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뜻에 따라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이 해야 한다. 그때까지는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역사문제는 우리의 입장을 견지하고 일본이 수용할 때까지 요구해야 한다. 일본의 강점기 탄압과 수탈의 역사를 단순히 ‘과거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일 간 역사문제가 해결하지 않아도 양국 간 경제협력은 단절되지 않는다. 경제협력은 역사문제와 무관하게 상호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인 강제징용 해법의 이면에는 미국의 끈질긴 요구와 전략이 숨어있다. 미국은 16일 한일관계의 개선을 지지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과거부터 대 중국봉쇄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우리 정부에게 꾸준히 요구해 왔다.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여 ‘왜 과거에 묶여 미래로 가지 못하느냐’며 우리 정부를 비판해왔다. 식민강점을 당해본 적이 없는 미국은 한일관계와 우리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은 민족의식의 결여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이 단기적으로는 북핵에 대응하고, 미국 경제체제에 들어가 이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민족 간 대결의 고착화와 함께 공멸할 수 있는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 미국 중심의 경제체제 편입은 중국과 갈등을 유발하고, 반도체 생산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동맹은 신냉전체제를 구축하고 우리나라의 재도약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부흥하고 선진국으로 안착하는 기본은 한반도 평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자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한미동맹의 강화는 필요하지만,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나 한미일 삼각동맹은 시기상조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도 유지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 관리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도 재개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부분의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브레이크 없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디에서 멈출까? 지금은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고 통제할 수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제도 문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

 

임기가 1년 남은 21대 국회에 바란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 운영시스템을 도입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올해 안에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을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와 지방정부에 분권하는 개헌을 즉각 추진해 주기 바란다. 승자독식 양당제를 끝내는 선거법 개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내일신문 기자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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