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선언 강원 레고랜드 PF...증권家‧지자체 ‘비상’

2022.10.11 06:48:20

부도 현실화, 지자체 신용도 위기
道 감사위, 최문순 도정 감사 착수
지자체 보증사업 신용 점검 불가피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레고랜드 테마파크 대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결국 부도처리되면서 지방자치단체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건설사의 부도설, 일부 금융사의 매물설 등까지 나돌자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강원도의 2050억원 규모 춘천 레고랜드 부동산 PF ABCP(자산유동화증권) EOD(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한 게 트리거가 됐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부도 처리됐다. 강원도는 GJC의 최대 주주로서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다.

 

강원도는 최문순 전 지사 시절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기반 공사를 맡은 강원중도개발(GJC)이 2050억 원 규모의 PF를 진행할 때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그 덕에 PF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는 기업어음 최고 등급인 ‘A1’ 등급을 받았고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그러나 ABCP 만기일인 지난 9월 29일에 GJC가 상환하지 못하자 강원도는 채무 인수를 이행하는 대신 GJC를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했고, 결과적으로 아이원제일차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그러자 금융가는 지자체가 파산할 가능성은 극히 드문 만큼 지자체 보증을 믿고 대출해주고 신용등급도 우량등급을 부여했는데 강원도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자체 보증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국채나 다름없는 채권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난 것이다. 아무리 높은 금리를 약속해도 디폴트 위험이 생겨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할 수 없어졌다.

 

지방 건설 프로젝트들의 위기 원인은 PF 대출 전환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출을 일으켜줄 만한 여유가 금융사들에게 없다. 만기가 돌아온 유동화 채권에 대한 차환만 해주는 것도 벅차다. 신규 대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돈줄이 말랐고 투자 수요가 사라졌다. 투자사들은 증권사나 시공사가 신용으로 발행한 전단채(전자단기사채)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역마진을 감수하며 10%에 가까운 이자를 약속한 채권도 안 팔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만기가 짧은 유동화증권 특성상 연말까지 34조원 규모 PF 유동화증권 만기가 도래한다. PF 유동화증권 기피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만기물량을 떠안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디폴트 사업장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법정 관리인이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 그 여파가 채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금융가 전반이 신용평가사 등을 통해 그동안 가장 안전하다고 믿던 지자체 보증 사업에 대해 전면 재점검 지시를 했다고 알려졌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돈맥경화' 현상은 상반기부터 예견됐다. 지방 건설현장 자금조달 절차는 본 PF 전 '다리' 역할을 하는 브릿지론 단계부터 삐걱댔다.

브릿지론 대출에 집중한 캐피탈사들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기가 다가오는 채권의 차환도 어렵다. 시공사가 두 손을 들면(부도) 그 책임은 고스란히 캐피탈 등 투자사가 떠안는다. 일각에선 '제2의 저축은행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한해 캐피탈사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총 18조3404억원이었다.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금액을 훌쩍 넘긴 셈이다. 연체금액도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연체잔액은 2290억원, 평균 연체율은 0.9%다. 3년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연체금액은 한 해 150억원, 연체율은 0.1%에 불과했다. 캐피탈사들이 부동산PF로 눈을 돌린 이후 연체가 늘었다.

 

'브릿지론'이라는 이름 뜻처럼 본 PF로 연결이 돼야 대출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본PF로 연결이 안되면 자금이 묶인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브릿지론 차환이 어려운 가운데 시공사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PF 전환이 불가능하다.

 

한편 강원도감사위는 지난달 '춘천 하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최 전 지사 강원도정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또 강원도의회는 '재정효율화특별위원회(재정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켜 11년간 추진한 레고랜드 조성 과정의 불공정 계약 등 진상조사에 나섰다.

 

감사위원회가 특정사안이 아닌 전방위적 감사를 벌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테마파크 시공사 변경 과정에서 추가 발생한 위약금 28억 원에 대한 지불 배경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는 대한민국의 정부조직 관련 법령상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왔다. 그렇기에 11년간의 긴 우여곡절 속에서도 논란의 레고랜드 사업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레고랜드가 최악의 '혈세 낭비 의혹' 사업으로 전락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가장 안전하다던 지자체 채무인수(보증) 사업이 전면 전수 점검 등에 들어가는 등 향후 지자체 보증 사업장에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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