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돋보기】 호주의 국민 동화로 불리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스톰 보이>

2022.10.04 15:31:31

소년과 펠리컨의 우정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90마일 비치라 불리는 외딴 해변가에 아빠와 단둘이 사는 마이클. 사냥꾼들의 총격으로 떼죽음 당한 펠리컨의 사체 사이에서 아기 펠리컨 세 마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호주의 국민 동화로 불리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지난 1976년 이후 두 번째 영화화다. 

 

 

죽은 새들 사이에서 발견한 아기 펠리컨


은퇴한 사업가 마이클은 의결권 행사를 위해 귀국해 회사로 향하고 있다. 회사 정문 앞에는 비바람 속에서 필바라 채굴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손녀 매들린은 마이클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의 개발 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다. 사위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은퇴한 마이클은 혼란스러운 가운데, 폭풍으로 고층의 회의실 유리창이 깨어지는 바람에 회의는 다음날로 미뤄진다. 

 


그날 저녁 집에서 만난 손녀에게 마이클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년 마이클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채 사람이 없는 해변가에 은둔한 아버지와 함께 산다. 이웃이 없는 외로운 곳이지만 아버지가 작은 배를 띄워 고기를 잡아오는 깨끗한 바다와 새떼들의 천국이다. 서로의 존재를 멀찍이 보고 알았지만 인사를 나눈적 없던 마을 원주민 핑거본과 처음으로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총소리가 울린다. 핑거본이 뛰어가는 곳을 향해 함께 간 마이클은 무차별 총격을 벌이는 사냥꾼이 휩쓸고 간 자리에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펠리칸 사체들을 보게 된다. 마이클은 어미 잃은 아기 펠리컨 세 마리를 발견하고 핑거본의 도움으로 생선을 갈아 먹이며 살리려고 애를 쓴다. 


세 마리의 펠리컨은 마이클의 정성으로 기적적으로 생존해 자라난다. 가족이 된 펠리컨과 친구 핑거본이 있는 삶에 마이클은 만족하지만, 하루 식량이 아버지와 마이클의 일주일 식량을 넘어서는 펠리컨을 언제까지 키울 수 없다. 마이클은 슬프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생존법을 가르치고 자유를 줘야 한다는 아버지 말을 받아들인다. 몸소 물고기 잡는 시늉을 하면서 사냥법과 나는법을 알려주기를 반복하던 마이클은 드디어 날기 시작하는 펠리컨을 바라보며 기쁘면서도 복잡한 심경이다. 

 

 

 

남부 쿠롱의 아름다운 풍광


펠리컨과 소년의 우정을 통해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을 다룬 작품으로, 호주 남부 쿠롱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영상미와 동화 같은 스토리가 따뜻한 휴식을 주는 가족영화다.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펠리칸의 성장 과정과 인간과의 교감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소재로한 많은 동물 영화 중에서도 펠리칸은 독특한 대상이다. 귀여운 펠리칸과 귀여운 소년이 예쁜 해변에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과 동화적 감동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일차적 존재 이유다. 


영화는 현대적 재해석을 위해 할아버지가 된 소년과 손녀, 사위 등의 현재 시점의 인물들을 설정해 이 옛날 이야기 같은 원작을 액자식으로 배치했다. 다시 이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가 하는 영화의 목적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오늘날 여전히 계속되는 환경 문제와 가족 관계에 대한 교훈 또한 직설적이다. 국민 동화라는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교육용 가족영화라는 위치를 확고히 잡은 연출로 볼 수 있다. 

 


원주민이 등장하지만 요즘 영화적 트렌드에서는 드물게 고전적으로 전형화된 모습이다. 물론, 원주민은 잔인한 사냥꾼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터전을 잃은 펠리칸과 동일시 되는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백인 소년과 친구가 된 그는 마치 사냥꾼에 대한 펠리칸의 공격처럼 매우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저항할 뿐인 안전한 약자며 주변인이다. 생명을 파괴한 역사를 반성하고 자연과 또는 자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원주민과 친구가 되는 방식으로 화해하는 전형적 기득권식 시각의 반성과 화해는 1964년 원작의 시대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샤인>, <캐리비안의 해적>, <킹스 스피치> 등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제프리 러쉬가 어른 마이클 역을 맡았다. 핑거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데이비드 걸필릴이 1976년 이후 같은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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