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의 복고주의

2022.04.24 12:26:24

현대인에게 어쩌면 삶의 가치는 먹고살기와 몸의 건강함이 다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GDP 숫자가 높아져도 만족을 모르고 먹고살기와 몸의 건강함만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남이 조금 더 가진 것에 불행감을 느끼면서, 바로 옆에 있는 남보다 조금 더 가지려고 열심히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복고주의가 유행한다. 드라마나 패션에서 옛날의 풍습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주로 외양을 복고하며 약간 변형해서 유행시키고 있다. 복고주의 때문에 ‘옛날’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부정적으로는 ‘나 때는 말이야’를 ‘라떼는 말야’라고 하며 꼰대 문화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무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에 주식 투기, 한탕주의 같은 돈 욕심이 지금처럼 난무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돈 말고도 ‘사람’을 가치로 생각했다. 돈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속물이라고 여기며 윤리적으로 낮게 취급했다. ‘돈보다는 사람’이라는 암묵적 도덕이 마음의 심연에 있었다. 지금 시대는 마음조차 돈으로 환산하고 품앗이하듯이 “좋아요” 같은 엄지척의 이모티콘을 가볍게 날린다. 이런 이모티콘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내면은 정신과나 상담사에게 돈을 주고 위로받는다.

 

옛날에는 사람끼리 부딪치면서 관계 맺고 돈 없이도 인간적 감정과 교류를 나누었다. 물론 옛날에도 먹고살기의 문제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시련과 고난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돈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돈은 정신이 아니라 물질이었기에 정신 영역보다 아래에 위치시켰고, ‘돈 번 일’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만나면 어느 동네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어떤 자동차를 모는지, 어떤 패션을 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땅을 소유하고 있는지, 등등 돈 이야기와 혹은 몸에 치장된 패션을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돈이나 몸보다 인정(人情)이나 마음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지금 시대는 공동체의 가난이나 불평등에 관련된 인권 같은 문제는 제도권에 맡기고, 개인은 자기 소비하는 소비자 역할만 하고, 몸은 유행을 따르는 패셔니스타가 되어간다.

 

현대인은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운동하고 밤에는 자기 계발 공부를 하면서도 내일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상대적으로 남보다 수입이 적은 계층이 되고, 남보다 덜 소비하게 될 내일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흔들림 없는 절대 자아가 없고, 상대 자아만으로 남들과 비교하면서 남보다 ‘겨우 조금 더 가진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있다. 더 가졌다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맥도 자기에게 이로운 사람하고만 일종의 사회적 재산처럼 유지한다.

 

옛날에도 먹고살기는 빠듯하고 바빴지만, 지금처럼 정신적 가치까지 돈으로 환산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마음의 문제도 병원이나 법원에서 돈을 주고 해결 받는다. 옛날에는 마음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정신 영역이었다. 자기가 못나고 잘나고를 떠나서 남보다 물질적인 돈을 더 가졌음을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과 미안함이 있었다. 지금은 대놓고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지를 자랑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번 돈 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하고, 소비 품목으로 치장된 자기를 개성으로 드러내놓는다. 돈이나 몸 같은 외형의 물질 추구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사실 먹고사는 돈은 그리 크게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돈으로 외형을 치장하고 사치 품목을 소비하느라고 돈이 항상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복고주의도 물질적인 소비재 상품이다. 복고 패션이나 문화가 돈이 되니까 옛날의 외형적인 풍습을 현대에 맞게 소비 품목으로 환산해서 기업이 돈을 벌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옛날에 돈으로 환산되지 않았던 내면의 ‘마음’도 복고 되었으면 좋겠다.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자아관이나 소박한 인간주의 같은 ‘마음’이 복고 되었으면 좋겠다. 법이나 제도나 상담학으로 합리화되고 계산되는 인간주의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만나고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는 천진한 인간주의가 복고 되어 유행했으면 좋겠다.

 

현대인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로 우울과 불안을 치료받는다면, 옛날에는 이런 약 없이도 마음을 위안받고 따뜻한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공동체가 있었다. 옛날에는 돈 없어도 친구가 되고, 어묵 국물과 소주 한 잔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 시대는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욕망 자체가 채워지지 않는 시스템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 느낌이다. 먹고살 만한데도 더 먹고살고 더 소비하기 위해 끝없이 소유하는 구조가 영혼이나 정신까지 파고든 느낌이다.

 

복고주의가 유행하는 요즘, 소박함만으로 행복했던 ‘옛날의 마음’이 복고 되어 유행했으면 좋겠다. 돈 없이도 서로를 인정해주고 영혼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타인과 비교해서 적다고 불행해하기보다는 적게 가져도 자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정신승리 같은 마음의 무형 재산을 공동체가 복고해서 유행시켰으면 좋겠다.

 

글쓴이=김현희(<명리학그램1.2.3.> 저자, 시집 <견유주의> 저자)

 

 

 

 

충남대 국문과 석사
<서정문학> 2016년 시부문 신인상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한국대표서정시선』 공동저자

 

저서

명리학그램1-작은인문학(2019)
명리학그램2-사주통변론(2020)
명리학그램3-사주통변술(2022)

 

시집

껍질의 시(2020)
고수高手 (2021)
견유주의 (2021)

글쓴이=김현희 작가 sisa@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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