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돋보기】 니콜라스 케이지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피그>

2022.02.22 11:53:05

인생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름을 버린 트러플 채집꾼 롭이 사라진 돼지를 되찾기 위해 푸드 바이어 아미르와 함께 포틀랜드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드라마다. 전미 비평가협회 최우수 데뷔 작품상을 비롯 美 어워즈 시즌 13관왕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31관왕을 달성했다. 특히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상 5관왕에 올랐다. 

 

상실에 대한 명상


스마트폰도 없이 오리건 숲속 오두막에서 살아가는 롭의 곁에는 트러플 냄새를 잘 맡는 돼지 뿐이다. 휘파람 소리를 내면 달려와 친근하게 몸을 비비는 돼지는 롭의 유일한 친구다. 낮에는 돼지와 나란히 숲을 거닐며 트러플을 채집하고, 해가 지면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로 식사를 하는 것이 롭의 단조로운 일상이다. 그를 찾는 방문자는 롭에게서 트러플을 구매하는 푸드 바이어 아미르 뿐이다. 아미르는 최고의 푸드 바이어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느날 롭의 소중한 돼지가 의문의 사람에게 납치당하고, 롭은 돼지를 되찾기 위해 아미르의 도움을 받아 15년 전에 떠나온 포틀랜드로 다시 돌아간다. 그곳에서 한때 가까웠지만 이제는 자신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롭은 사라진 돼지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진짜 이름을 밝힌다. 

 

 

<피그>는 슬픔이 사람들의 삶 속에 어떻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스며드는지, 그리고 그 슬픔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실에 대한 명상을 한편의 시와 같이 풀어놓으며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고찰을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참회록 같은 영화’라는 평가가 따라붙을 만큼 배우의 힘이 지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후, 최고의 연기라는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많은 장르물을 통해 구축해온 배우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비틀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레스토랑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셰프였지만 지금은 숲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버린 채 외로이 살아가는 주인공 롭의 삶은 화려한 스타에서 긴 슬럼프를 겪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삶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어’와 같은 요리와 식재료


<피그>는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으며 챕터별 제목은 음식의 이름을 사용했다. ‘시골식 버섯 타르트’는 롭이 직접 요리해 돼지와 함께 나눠먹던 소박한 요리이자 일상의 기억이다. ‘엄마표 프렌치토스트’는 돼지의 행방을 함께 추적하던 아미르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사연을 롭에게 털어놓으며 교감을 나누는 계기가 된다.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를 만든 셰프 핀웨이는 롭에게 돼지의 행방을 추적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새 한 마리, 술 한 병 그리고 소금 바게트’는 다리우스가 잊고 있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음식이자 롭의 요리 철학과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된 시그니처 요리로 묘사된다. 이처럼 <피그>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들은 소중한 돼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이정표이자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며, 캐릭터들의 감성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한편, 극 중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직접 연기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포틀랜드의 유명 캐주얼 프랜치 레스토랑인 ‘르 피죤’과 ‘리틀 버드’의 셰프 가브리엘 루커로부터 특별 강습을 받기도 했다. 요식 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요리상 제임스 비어드상의 후보로 수차례 지목된 가브리엘 루커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요리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피그>의 음식 자문까지 맡았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자연과 문명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풍경 또한 이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오리건 주는 화창한 날씨가 연중 이어지는 캘리포니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잦은 비와 변덕스러운 기후, 거대한 설산과 깊은 숲을 자랑한다. <피그>의 배경이 되는 포틀랜드는 오리건 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함께 수제 맥주, 커피, 푸드트럭, 힙스터 문화 등 다양한 명물들을 탄생시킨 지역이다. 이 같은 포틀랜드만의 감성이 영화적 메시지와 만나면서 매력적인 시너지를 발산한다. 

 

정춘옥 sis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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